[이태상 칼럼] 우주의 원리(Entropy)

이태상

 

일본은 자연재해(自然災害), 한국은 인재(人災)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한 영국 언론 한국 주재 특파원의 촌평이다.

 

각론(各論)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총체적인 총론(總論)으로는 오늘날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홍수사태 등도 인재(人材)로 봐야 하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에서 잇따르는 정치인, 체육인, 연예인 등의 자살도 어찌 보면 타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만사 매사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다. 마치 낮과 밤처럼 동전의 양면같이 둘이 불가분의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거의 모든 것이 다 가면(假面)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Blessings and/or Curses in Disguise 라 하는 것이리라.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영어로는 Penny Wise, Pound Foolish라고 한다. 반대로 소실대득(小失大得)Penny Foolish, Pound Wise라고 할 수 있으리라. 이 소실대득의 일화를 옮겨 본다.

 

미국의 어느 작은 슈퍼마켓이 갑자기 정전으로 불이 꺼졌다. 그 슈퍼가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더 큰 문제는 계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언제 다시 전기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 인지라, 어둠 속에서 계산을 기다리던 손님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이때, 슈퍼마켓 직원이 이렇게 안내 방송했다.

정전으로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전기가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바구니에 담은 물건은 그냥 집으로 가져가십시오. 그리고 그 값은 여러분이 원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해 주십시오. 모두 안전하게 나갈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조심해서 따라서 오십시오.”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손님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직원의 조치에 대하여 칭찬이 잇따랐다. 얼마 뒤, 슈퍼마켓 본사 감사팀이 그곳으로 조사차 나왔다. 그날 나간 상품 금액은, 대략 4천 달러였는데, 일주일간 언론에 노출된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해서 얻은 광고효과는 4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서고금 언제 어디서나 갑질이 있어 왔지만 잘 좀 살펴보면 그 대가(代價)갑절’(‘갑질이 아니고 갑절’)보다도 훨씬 그 이상의 갑갑절아니던가.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를 옮겨 본다.

 

어떤 한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사업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고 세상을 떠나자 마지못해 생계를 위해 보험 회사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집안에서 살림만 하던 여자가 그 험한 보험 일을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는 딸만 아니면 하루에 수십 번도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싶을 정도로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거액의 보험을 들어준다는 어느 홀아비의 집에 방문했던 아주머니는 그만 봉변을 당할 뻔했습니다.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그녀는 근처에 있는 어느 한적한 공원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자살까지 생각하며 한참을 울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 그녀 앞으로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공원에서 커피와 음료수 등을 파는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아주머니에게 무슨 말을 해주려고 하더니 갑자기 손수레에서 꿀차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따뜻한 물을 부어 몇 번 휘휘 젓더니 아주머니 손에 살며시 쥐여 주며 빙그레 웃어 보였습니다. 마치 방금 전에 아주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기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말입니다.

 

비록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할머니의 그 따스한 미소는 아주머니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아침까지 거르고 나와서 너무나도 춥고 배고팠던 아주머니는 할머니의 따뜻한 정에 깊이 감동하면서 눈물로 꿀차를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힘을 얻어 다시 일터로 나갔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공원에서 차를 팔고 돌아가던 할머니가 오토바이사고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이 수술이 무사히 끝나 생명엔 지장이 없었지만 뺑소니 사고였기 때문에 할머니는 한 푼도 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퇴원하는 날이 가까워져 오면서 할머니는 거액의 수술비와 병원비 때문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딸이 퇴원 절차를 위해 원무과로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원무과 여직원은 할머니의 딸에게 병원비 계산서 대신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수술비+입원비+약값+기타비용/총액=꿀차 한 잔

 

할머니의 딸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래자 서무과 여직원은 빙그레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5년 전, 자살을 생각했다가 꿀차 한 잔에 다시 용기를 얻고 지금은 보험왕이 된 어떤 여자분이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그 분이 바로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차 한 잔이든 꽃 한 송이든 받는 사람에게 기적을 일으키고 주는 사람 가슴을 사랑으로 채워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예인 것 같다.

 

우리 모두 두 손을 갖고 태어난다. 한 손으로는 주기 위해, 또 한 손으로는 받기 위해, 다름 아닌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두 손이 합해지면 합장(合掌)으로 기도(祈禱)와 축원(祝願)이 된다.

 

세상에 근본적인 원리를 찾기 어렵지만 과학적인 몇 가지 근본 원리는 자연현상을 설명해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만유인력(萬有引力)이다 상대성원리(相對性原理)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하는 엔트로피(entropy)’가 있다.

 

어원학적으로 변화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 엔트로피란 단어는 열역학(thermodynamics)에서 자연현상 중에 발생하는 에너지의 압력, 온도, 밀도 등의 변화를 의미하는 원리가 오늘날 정보통신의 근간을 이룬다고 한다. 말하자면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산은 낮아지며 골짜기는 높아지는가 하면 우주는 팽창한다는 식으로 모든 자연현상 세상만사가 다 연결되고 차이가 없어져 평형을 이루게 된다는 원리이다.

 

이것이 바로 옛날부터 우리 동양에서 말하는 음양(陰陽)의 이치요, 만고불변 사랑의 원리가 아닌가. 이 사랑의 원리를 우리 일상생활에 적용해보자. 유대인들이 지키는 10계명이 있다.

 

1.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사람을 욕하거나 책망하지 말라.

2. 거짓말쟁이에게 주어지는 최대의 벌은 그가 진실을 말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 것이다.

3. 남에게 자기를 칭찬하게 해도 좋으나, 제 입으로 자신을 칭찬하지 말라.

4.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마음이 보이지 않는 쪽이 더 두렵다.

5.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6. 당신의 친구가 당신에게 벌꿀처럼 달더라도 전부 다 핥아먹어서는 안 된다.

7. 당신이 남들에게 범한 작은 잘못은 큰 것으로 보고, 남들이 당신에게 범한 큰 잘못은 작은 것으로 보라.

8. 반성하는 자가 서 있는 땅은 가장 성()스러운 성자(聖者)가 서 있는 땅보다 거룩하다.

9.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또는 여자)는 좋은 아내(또는 남편)을 얻은 사람이다.

10. 술이 머리에 들어가면, 비밀이 밖으로 새 나온다.

 

이상의 10계명을 내가 하나로 줄인다면 우주와 내가 같은 하나라는 우주의 원리 곧 사랑의 원리를 깨닫는 것이리라.

 

, 이제 우리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 1883-1931)의 우화집 방랑자(The Wanderer, 1932)’에 나오는 사랑과 미움(Love and Hate)’도 음미해보리라.

 

사랑과 미움

 

한 여인이 한 남자에게 말하기를, “난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남자가 대답하기를, “당신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내 가슴 속에 있군요.”

 

그리고 여인이 말하기를,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그리고 남자는 여인을 응시할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이 크게 소리쳐 말하기를, “난 당신이 미워요.” 그리고 남자는 말했다. “그럼 또한 당신의 미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내 가슴 속에 있군요.”

 

LOVE AND HATE

 

A woman said unto a man, “I love you.” And the man said,

“It is in my heart to be worthy of your love.”

 

And the woman said, “You love me not?” And the man only gazed upon her and said nothing.

 

Then the woman cried aloud, “I hate you.” And the man said, “Then it is also in my heart to be worthy of your hate.”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코로아헤럴드 기자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7.24 09:50 수정 2020.07.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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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