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에서
종남산 자락에는 번뇌가
진달래꽃처럼 매달려 있다
긴 진달래꽃 길을 따라
목어의 울음소리는 세속을 껴안고
산사로 들어선다
들어와 오백나한처럼
가부좌를 틀고 꼼짝 안 한 지도
족히 삼십 년이 넘었다
법당 한 켠엔 보리수 나무
밤새 바라밀경의 비밀을 읊고 있는데
새벽 약수로 얼굴을 맑게 씻은
동자승의 기척 소리에 놀란다
동자승의 합장한 손마디엔
미륵불이 내려앉고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는 법당 안
어둡던 본존불 얼굴엔 어느덧
봄볕같이 환한 미소가 번진다.
자료제공 : 도서출판 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