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다

이은춘 지음

입력시간 : 2018-09-30 22:31:02 , 최종수정 : 2018-09-30 22:33:59, 최송화 기자

 

시골선비의 정신낙원 회복을 위한 매력 혹은 마력

 

선비가 부활했다. 예수도 부처도 아닌 시골선비가 부활했다. 정신의 문학이자 자연문학의 꽃인 ‘시’를 들고 시골선비가 우리 곁으로 다시 왔다. 유쾌한 기적이다. 죽은 인본주의가 무덤을 열고 뛰쳐나와 디지털 과부하에 걸린 21세기를 치유하려고 한다.


시골선비 이은춘이 사랑한 삶은 지극히 평범했다. 때를 맞춰 농사를 짓고 가을이면 곡식을 거둬들이고 학문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자연을 경외하고 인간을 사랑했다. 그러나 한 인간이 태어나 살다가 죽는 평범한 과정 속에 놀랍도록 비범한 코드가 숨어있다. 그것은 바로 ‘진정성’이다.

 

현대인들은 삶에 대한 판타지와 망상에 사로잡혀 자연에 인간에 삶에 창조적인 반응을 하지 못한다. 속도전에 희생당한 우리는 유행병처럼 번지는 디지털 치매에 걸려 온종일 이메일을 확인하고 트위터로 속살거리며 블로그에 좌불안석한다. 그것도 모자라 동영상으로 눈을 버리고 게임으로 뇌를 혹사시키며 핸드폰 없는 불안한 세상을 견디지 못해 쓸데없이 전파를 낭비한다. 그토록 잘사는 것과 잘 죽는 것에 목숨 걸면서도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가에 대한 통찰이 없다.


시골선비 이은춘은 우주로 통하는 감각을 열어놓고 자신 안으로 늘 진보하고 혁명했다. 학문을 향해 뜨겁게 열정하고 사람을 통해 진실하게 사랑했다. 자연을 스승삼아 시를 짓고 그 시를 통해 다시 사회와 소통했다. 자발적 가난으로 욕망의 통로를 차단하고 정신의 낙원을 이루어 진정한 참살이를 실천했다.

 

벼락같은 눈빛으로 말한다. 욕망의 신발을 신고 소유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발걸음을 멈추라고, 땟국 물 질질 흐르는 꼬질꼬질한 삶일랑 저 시궁창에나 던져 버리라고, 백화점 폭탄세일 같은 저질 인생에서 빠져 나오라고 외친다.


조선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죽은 마지막 선비 이은춘의 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싸리비로 맑게 쓸어낸 새벽 마당 같은 명징함을 만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신의 다른 이름인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종래에는 꽃을 버리고서야 열매를 얻은 한 인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고 말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마지막 선비다’에는 풍류, 우정, 세상살이, 유교행사, 잔치, 죽음 등을 소재로 한 주옥같은 한시 103수가 실려 있다. 상량문, 기문, 행장문, 통문 등 산문 9편은 선비정신이 깃든 담담한 수필들이다. 마지막에 첨부한 만장록은 해산 이은춘이 운명하던 날 제자들과 친지들이 남긴 이별의 만시 모음이다. 증손자 이봉수가  5년여의 시간을 공들여 번역해 낸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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