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임진왜란 전적지 답사

이순신 제1차출전 경로 거제도 양지암 답사

임진장초와 안방준의 은봉전서에 나타난 기록을 띠라서

사진=코스미안뉴스 / 거제도 능포항 풍경



2021년 10월 1일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제1차출전 경로 중의 하나인 거제시 능포동에 있는 양지암을 찾았다. 장승포와 옥포 사이에 있는 돌출한 지형이 양지암이며 양지암 등대가 있는 곳이다. 옥포대첩기념공원에서 바라보면 하얀 양지암 등대가 보인다. 양지암이나 능포항에서 바라보면 옥포는 물론 거가대교와 가덕도가 환히 보인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멀리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과 천자봉도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했다.

이순신 장군은 1592년 5월 4일(음력) 여수의 전라좌수영을 출발하여 경상도 해역으로 진출했다. 이를 통상 제1차출전이라고 한다. 이순신의 전라좌수영군과 원균의 경상우수영군 연합함대는 5월 7일 최초의 전투인 옥포해전에서 적선 26척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보고한 '임진장초'의 기록을 보면 당시 이순신 함대가 여수를 출발하여 거제 옥포까지 진출한 경로는 5월 4일 당일 저녁 무렵에 소비포(현 경남 고성군 하일면 동화리), 5월 5일 새벽 당포(현 통영시 산양읍 삼덕리), 5월 6일 저녁 송미포(현 거제시 남부면 다대리)를 거쳐 5월 7일 정오 경 옥포로 진격했다.

그동안 이순신 연구가들 사이에 이순신 함대가 거제도 북단을 돌아 옥포 쪽으로 남하했다는 이른바 북로설과, 거제도 남단을 돌아 북상했다는 남로설의 주장이 맞서 있었다. 노산 이은상은 역저인 '이충무공전서(성문각, 1989)'에서 지도와 함께 남로설을 주장하고 있다.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낸 조성도 역시 남로설을 주장했다.

[지도: 이은상 역, 이충무공전서 1989, p.138]

그런데 일부 이순신 연구가들은 이순신 함대가 견내량을 지나 거제도 북단의 송진포를 경유하여 영등포(현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를 돌아 옥포로 진출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쟁점은 이순신 장군이 기록한 송미포가 어디인가 하는 문제다. 남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송미포를 옛 송변현에 속했던 거제시 남부면 다대리로 보는 반면, 북로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송미포를 송진포(현 거제시 장목면 송진포리)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런 논란은 이순신 장군의 임진장초만 좀 자세히 읽어보아도 해답이 나온다. 이순신 함대는 5월 6일 "거제도 송미포 앞바다에 이르러 날이 저물어 밤을 새우고 5월 7일 새벽에 일제히 발선하여 적선이 정박하고 있다는 천성 가덕으로 지향하다가 정오에 옥포 앞바다에 이르자......至巨濟島松未浦前洋。日沒經夜。初七日曉頭。一時發船。指向賊船留泊之天城,加德。午時至玉浦前洋。"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문구만 보면 옥포는 송미포에서 가덕도로 가는 해로의 중간에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면 송미포는 거제도 남단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더욱 자세한 기록은 안방준이 쓴 '은봉전서'에 나온다. " 過閒山島北。次于巨濟之島瑟浦。初八日。過知時浦。至助羅浦。望間諜船。揮魔黃旗。自東而馳來。舜臣以爲賊必近在玉浦之間。卽建招搖旗。諸將皆來聽命。舜臣令曰。去丁亥損竹之戰。沈巖違戾顚倒。使李大源獨戰而死。爲世所笑。今將臨戰。公等須審軍幾。進退無失。一乃心力。各奏爾功。諸將皆應曰。諾。然後進船。出于梁巖之峽。倭船五十餘艘。果屯于玉浦。望我軍至。遽擧帆而出。逶迤而東。將避走于加德島。舜臣率諸船逐之。左右斥候。畏不敢逼。運以捍後將。不勝奮憤。遂鳴鼓促櫓。突出諸船之前。軍士搖櫓暫緩。則運拔劍親督。船疾如飛。直衝賊船。於是諸船不敢後。俱進力戰。賊乃棄船登岸而走。遂悉焚其船。因進過栗浦。至永登浦" [자료: 한국고전번역원]

은봉전서 기록은 날짜와 적선의 척수 등이 임진장초의 기록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순신함대의 진출 경로를 한산도 북쪽--->거제 도슬포(현 도장포)--->지시포(현 지세포)--->조라포(현 구조라)--->양암지협(현 능포동 양지암)--->옥포라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안방준의 유고를 후손들이 후대에 정리하여 펴낸 은봉전서는 비록 관찬 사료가 아닌 개인 문집이지만 1차출전 경로상의 구체적인 지명을 순차적으로 거론하고 있어 남로설을 뒷바침하는 유력한 근거로 볼 수 있다. [글: 이순신전략연구소장 이봉수]


이봉수 기자
작성 2021.10.03 11:45 수정 2021.10.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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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