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임진왜란 전적지 답사

비운의 어란 여인 이야기

사진=코스미안뉴스 / 어란포에 있는 어란여인 이야기 표시석


정유재란 때 일본 장수 칸 마사가게는 어란진에 주둔하던 어느날 그의 연인인 조선 여인 '어란'에게 출병의 기일을 발설했다. 어란은 그 사실을 이순신에게 전하여 명량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왔다. 이로써 어란은 나라를 구했으나, 자신의 연인이 해전에서 전사한 것을 비관하여 여낭이라는 낭떠러지에서 바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어느 어부가 그 시신을 거두어 바닷가에 묻어주고 석등룡을 세워 그녀의 영혼을 위로했다. 일제 강점기에 해남에서 근무했던 어느 일본인 순사의 유고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구전으로 전해오던 이야기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일본인이 정리를 했다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이 설화가 만약 역사적 사실이라면 일본군 장수 칸 마사가게가 어란포(전남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에 머문 시기는 1597년 8월 28일부터 9월 14일 사이였을 것이다.  그 당시 이순신은 진도 벽파진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이순신에게 고급정보를 전했다면 그 일대에 잠입하여 정보를 수집하던 조선 망군 임준영을 통해서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군을 물리친 이야기는 이것 말고도 또 있다. 경상도 고성땅에 있었던 무기정의 기생이었던 월이는 왜군 첩자에게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먹인 후 그가 갖고 있던 지도를 살짝 고쳐놓아 이순신 함대가 당항포해전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오는 설화로 정사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스토리텔링 소재이며,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경남 고성군은 사료 연구를 통한 정사화 노력을 하면서 월이 선양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 해남군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어란 여인을 기리는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성 2022.01.16 10:20 수정 2022.0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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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