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냄비받침에게
니 맘 암두 모르겠지?
가슴이 얼마나 까맣게 데었는지.
팔팔팔 끓는 냄비뚜껑이
뜨건 숨을 가다듬을 때까지
라면발이 쫄깃쫄깃 풀릴 때까지
수프 맛이 깊어질 때까지
사람들 입에 군침이 사르르 돌 때까지
꿈쩍 않고 견뎌야만 했으니까
‘뜨겁지?’
‘힘들지?’
그런 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테니까.

[조기호]
광주일보(1984) 신춘문예 동시 당선
조선일보(9190) 신춘문예 동시 당선
동시집 『숨은그림찾기』, 『‘반쪽’이라는 말』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