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다시 운현궁에 봄이 왔다. 운현궁은 사대문 안에 있었던 대원군의 개인 집이다. 궁이라고 해서 궁궐로 착각해선 안된다. 그러나 궁궐보다 더한 세도를 부렸던 곳이다. 대원군이 이 집에서 고종을 낳았고 고종은 12세까지 여기서 자랐다. '운현궁의 봄'은 김동인의 역사소설 제목이다. 대원군이 운현궁에서 봄처럼 일어나 득세했다는 의미로 쓴 소설이다. 왕손인 인간 이하응이 온갖 모멸과 천대를 받다가 마침내 권좌에 오르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대장부로 태어나서 이만한 집 한 채는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원룸이나 투룸, 게스트하우스가 이 근처에 많은 것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나 기죽을 건 없다. 천하를 호령하던 대원군이 이집에서 살 때는 텔레비전도 없었고 냉장고도 없었다. 스마트폰이 없었으니 유튜브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따지면 지금 고시원이나 원룸에 사는 사람도 대원군보다 낫다는 결론이 된다.
대원군은 갔지만 해마다 운현궁에 봄은 온다. 태양이 남회귀선을 찍고 다시 우리 곁으로 올라오고 있다. 봄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