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의 봄바다, 그 환상적인 빛과 바람에 뒤집히는 파도에 변색하는 그윽한 바다 냄새를 잊지 못해 찾아간다.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그러나 당신을 만날 수 없습니다. 자식을 버린 어머니를 내가 왜 찾습니까? 등대가 켜지면 기다리는 사람, 그 사람이 꼭 올 것 같아 평생을 등대 아래 서 있었다. 소리도 등대...... 등대는 생명의 빛이며 희망의 안내자다. 연도의 소리도 등대는 내 소설의 본향이었다.
한국소설가 협회 여행자 클럽에서 여수 안도와 연도를 가다.
기러기 섬 안도와 솔개섬 연도는 여수 남면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소리도는 연도인데 솔개섬, 또는 수리섬을 이 지방 사투리로 소리섬이라 부른다. 바다는 꿈이며 미래이다. 그러나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바다의 풍경에 무감하다. 쉽게 바다는 마냥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거칠고 사나운 풍랑으로 사생 고투의 역경을 맞게 한다. 그래서 바다는 지자(智者)이고 산은 인자(仁者)라고 했다.
바다에선 영리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연도 여행은 봄 바다의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원 중엔 배를 타는 것을 무서워 객실에서 잠을 청하는 무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며 바다 풍경에 취해 갑판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이번 소설가 여행클럽은 봄 바다의 진수를 만끽할 것이다. 연도 여행 희망자는 개인 출발로 3월 31일 오후 4시에 여수시 이순신 광장으로 모인다. 메시지 한 장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대원들은 서울에서 승용차를 제외한 KTX. 우등열차, 고속버스, 비행기로 각자 선택하여 집결 장소로 모이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KTX 추억의 전라선 열차를 타고 여수로 향하였다. 젊은 날 자주 오르내리던 여행길이었다. 세월은 흘러 기차에서 열차로 다시 전차를 타고 간다. KTX전차는 남원에 도착하여 곡성, 구례 섬진강 꽃길을 달려 순천에 이른다. 차창 밖으론 봄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벚꽃이 한창인 남도길은 남쪽으로 갈수록 산벚나무를 비롯하여 오만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특히 섬진강 변의 꽃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침 순천엔 세계정원 박람회가 개장되는 날이었다. 순천 국제 정원 박람회는 예전보다 10배나 확장한 박람회라니 과히 짐작된다.
오후 4시, 정확한 시간에 대원들은 이순신 광장에 모였다. 먼저 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해양공원이 펼쳐진 종포공원을 걸으며 낭만에 젖어 있었다. 여수 밤바다 풍경이 시작되는 곳이다. 수없이 오가는 해상케이블카가 환상적이다. 더불어 여수엔 영취산 진달래 축제와 여수 개항 100주년 행사로 4.1~2일까지 열리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봄섬 여수 여행은 밤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하멜등대 앞 해양공원 낭만 포차에서 해물삼합 파티로 시작되었다. 여수 밤바다 노래가 울려 퍼지는 해변에서 낭만포차의 명물인 해물 삼합을 즐긴다. 해물삼합은 돌문어, 삼겹살, 조개(전복, 새우, 가리비등)에 야채를 넣고 찜한 퓨전인데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식품이다. 해물삼합으로 결단식을 마치고 여수 밤바다를 걸으며 2차로 싱싱한 볼락회로 대미를 장식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는 예약해 놓은 무인 모텔이었다. 1인 1실 30,000원, 들어와 보니 시설이 그런대로 잘 갖추어진 곳이었다. 내일 아침 5시 기상, 6시에 안도 연도 가는 배를 타야 한다.
바람과 풍랑의 섬 연도를 가다
여수 여객선 터미널에서 06시 연도(소리도)로 가는 배를 탔다.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아침 바다를 헤쳐가는 여객선이 기상이 희망차다. 돌산도, 경도, 화태도, 월호도, 금오도, 안도, 연도로 가는 손님들은 대부분 낚시꾼과 섬 산행을 즐기는 여행객들이었다. 우리는 섬 로켓 소설 테마 사냥꾼이었다. 여수는 바다에 나가야 그 진경을 알 수 있다. 가막만의 365개 섬들은 각기 특색을 가지고 있다. 섬과 섬 사이의 가두리 양식장을 헤쳐가는 여객선의 뱃길이 하얗게 물길을 만든다. 여수 가막만에 15개 연륙교가 있다. 아직 미완이지만 하동에서 여수, 고흥으로 연결되는 낭만적인 섬 드라이브의 명 코스가 될 것이다. 돌산도를 빠져나온 배는 파도를 가르며 금오도 여천항에 정착한다.
황금거북 금오도는 천혜의 비렁길과 드라이브 풍광을 지녔다.
여천항에서 서쪽으론 비렁길 크래킹 8코스가 정련되어 있고 동쪽은 드라이브 코스이다. 금오도는 검은 섬, 거무섬이라고도 한다. 물길이 깊어 바다색이 검다는 뜻이다. 금오도는 많은 설화가 이야기 가지고 있다. 황금거북 이야기와 명성황후의 사슴목장과 해송황장목의 산지이며 일본강점기 땐 한국의 남해안 어업장악 기지이며 명성왕후를 죽인 이주회가 숨어 살던 곳이다. 그는 동학군 섬멸한 공으로 입성하여 왕후를 시해한 공범이다. 이 섬의 어업권과 황장목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 비렁길 해변의 청석 벼랑은 천혜의 볼거리를 자처한다. 여수 바다 여행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횡간도는 여수 멸치의 산란장이다. 배는 다시 고동을 울리며 안도고 향하고 있었다.
백사금 해변이 아름다운 안도
마침내 배는 금오도에서 안도교를 끼도 돌아 안도항에 멎는다. 안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기러기 섬이라고 한다. 동고지 날개, 서고지 날개 남고지 몸통이 기러기 같다. 동고지 금모래 해변과 남고지 이야포의 몽돌해변이 볼만하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유물로 조개무덤 속에서 인간의 미라가 발견된 곳이다. 동고지 외국인 휴양소는 절경이다. 안도는 신라 때 일본에서 당나라로 오가는 중간 기항지였다. 장보고의 부하 김진 장군이 일본무역을 주도하면서 일본의 고승 엔인 일행을 당나라로 구법여행을 보내주고 머물게 했던 항로이다. 엔닌은 9년 동안 구법구당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안도에서 9개월 동안 묵으면 구법수행기를 완료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야포는 6.25 한국전 때 피난민 200여 명이 미군에 학살된 현장이다. 여객선은 이야포 해변을 뒤로하고 솔개섬으로 달린다. 마침내 바람과 물고기와 파도가 거친 솔개섬 연도의 역포항에 도착하였다.
소리도 들판에 푸른 방풍나물이 싱그럽다.
남해 최남단 소리도는 푸른 방풍나물밭과 붉은 동백숲, 검은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먹을거리 풍성한 섬으로 평생 식수가 마르지 않는 섬이다. 많은 주민이 어업과 방풍나물 농사에 종사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많은 마을이 사라졌으나 역포, 당포, 가랑포(연포). 남부마을, 등대가 있는 한국의 명품 마을 덕포가 있다. 역포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리 소재지 가랑포(연포)에 도착하였다.
예약된 민박에 짐을 풀고 명품 마을이며 소리도 등대가 있는 덕포로 행한다. 섬 산행 등산객들이 무리를 이루어 필봉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덕포는 아름다운 몽돌해변을 끼고 소룡단과 대롱단 사이에 소리도 등대가 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미소의 천사 상괭이가 사는 곳이다. 덕포는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저장된 지하수가 분출하여 산등성이로 솟아 늪과 습지를 만들어 어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동네 주민의 트럭을 타고 덕포로 행한다. 덕포는 여수시에서 은퇴자들을 위한 마을로 지정하여 이주하는 분에게 집을 제공하는 혜택을 주었다. 우리나라 명품 마을 17번째의 명소이다. 마침 서울에서 이사 와서 거주하는 은퇴자를 만났다. 그분은 새로 집을 지어 부부가 오붓하고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초청을 받고 갔더니 천국 같은 집에서 자유와 낭만을 즐기고 있었다. 집안에 음향. 연주 시설을 갖추어 놓고 부부가 재미나게 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부부밴드의 연주를 감상하였다.
갑자기 카리브해에서 소설을 쓰던 헤밍웨이가 생각났다. 대원들은 이곳에 집필실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이곳에 집필실을 마련하여 소설가 누구나 와서 휴양도 할 겸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품 마을 덕포와 소리도 등대로 가는 길
덕포에서 험한 산길을 20여 걸어 동백나무 군락 터널을 지나 잘 닦은 길을 가면 등대가 나온다. 인척이 없는 무인 등대였다. 등대는 낮엔 잠자고 밤에 발광한다. 우리가 등대에 도착하였을 때 잠을 자고 있었다. 소리도 등대는 밤이 되며 불을 밝혀 50km 직경 해안 항로를 밝혀주는 생명의 빛이다. 불이 켜지면 강렬한 빛 아래 먼바다가 한눈에 훤히 펼쳐 보인다. 등대는 바닷길 개척과 안내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뱃사람들에겐 생명의 빛이다.
고요에 묻힌 등대에서 용머리 대룡단과 용꼬리 소룡단을 바라본다. 소룡단은 용의 등뼈 같은 암석이 비늘 같이 드러나 있다. 바다의 잠용이 승천하다가 지쳐 대룡산에 쓰러진 채 바다에 소룡단 꼬리를 박고 죽었다. 소리도 등대의 대룡단 아래엔 솔팽이굴이란 해저 동굴이 있다. 네덜란드 화물선 선원들이 황금을 숨겨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소룡단엔 솔팽이굴이란 500m 지하동굴이 있다. 아직 동굴을 탐험 한 사람이 없단다. 필봉산은 연도의 주산으로 산행하기 좋은 첨산이다. 연도마을에서 40여 명의 섬 산행 단이 오르고 있었다. 이들은 필봉산을 넘어 소룡단에서 해변서 둘레길을 돌아 남부마을 민박집으로 돌아온다.
소리도 등대를 돌아 나와 덕포 명품 마을의 아기자기한 섬 등성이를 돌아 연도마을 민박에 도착하였다. 민박은 2인 1실 1박 4만 원의 깨끗한 방이었다. 저녁엔 환상적인 소리도 명품밥상을 맞았다. 조개류 해산물로 꾸며진 35,000원의 밥상이 이색적인 구미를 당겼다.
풍랑에 쫓겨 나오다
저녁을 먹고 다음 날 낚시를 위해서 일찍 잤다. 소리도 연도항은 고대구리 해산물 집산지인데 지금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섬이다. 볼락, 감성돔이 주류이며 붉은 홍합의 주 특산지다. 낚시는 인근 연도항 방파제에서 낚시를 던졌다. 난데없이 갈매기 부부가 다가와서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였다. 부부연을 맺으려 평생을 같이 산다. 녀석들의 구애가 시끄럽다. 국국국, 배배배, 하고 싶다. 사냥 가야 한단 말이야. 알았어. 후다닥, 끝났다. 갈매기는 날아가고 낚시에 전념하는데 갑자기 변이 생겼다. 멀리서 거센 풍랑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풍랑에 발이 묶이니 빨리 철수를 하고 섬을 나가라는 것이다. 여수로 나가는 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낚시를 철수하고 부랴 사랴 지나는 트럭을 타고 민박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기니 버스 시간이 다가왔다. 간신히 버스를 타고 역포로 나갔더니 풍랑에 쫓겨가는 손님으로 붐볐다. 고요하고 맑은 대낮인데 갑자기 파도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풍랑이 일면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고 그땐 몇 날 며칠을 섬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소리도는 바람과 풍랑의 섬이다. 급히 피난 가듯 돌아가는 기분이 쌉쌉했다. 다행히 여수에 도착하여 거나한 남도 밥상에 장어탕을 먹고 나니 조급한 마음이 풀렸다. 다시 무인 호텔에서 1박을 하고 감성의 2박 3일의 봄 연도 기행을 마친다.
[김용필]
KBS 교육방송극작가
한국소설가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마포지부 회장
문공부 우수도서선정(화엄경)
한국소설작가상(대하소설-연해주 전5권)
이메일 :danmo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