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열풍이 불고 있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주말 아침 일찍, 우리나라 '맨발걷기(Eearthing)'의 원조이자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대전 계족산을 향해 출발한다. 19년 동안 총 190억을 투자하여 계족산을 전국적인 걷기 명소로 만든 이 지역 향토기업인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의 취지에 공감하고 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마산고 동문들이 황톳길 걷기 행사에 참가하러 길을 나선 것이다.
계족산 입구 장동마을 초입에 있는 코스모스밭에 바람이 부니 여리여리한 꽃잎들이 한들한들 춤을 춘다. 차창 밖으로 넓은 들판을 온통 연분홍색, 빨간색, 하얀색으로 물들인 코스모스 군락지를 바라보니 마음이 금새 핑크빛으로 물들고 만다. 주차장에서 타 지역에서 온 동문들과 합류하여 황톳길 입구에서 등산화를 벗고 황톳길로 들어선다, 촉촉한 황토의 질감을 발바닥으로 제대로 느끼면 임도를 따라 걷는다. 시원하게 뻗은 나무 사이로 매끄럽고 부드러운 황톳길이 이어진다. 찰진 황토의 기분 좋은 감촉이 그대로 전해진다. 황토에는 미생물을 품은 효소들이 있는데 그들이 몸의 순환작용을 돕는다고 알려진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발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황토 촉감에 갑자기 건강해진 느낌이다.
계족산(鷄足山)은 대전광역시 대덕구와 동구에 걸쳐 있는 회덕의 주산으로, 높이는 429m로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다 하여 닭발산 또는 닭다리산으로 불려왔다고 한다. 대전 근교에는 명산들이 많아 20여 년 전에는 지역 주민들도 그리 찾지 않았던 이 산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는 이 지역의 주류기업인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이 계족산 숲속에 100리(40km)길 황톳길을 조성하면서부터다. 입소문을 타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면서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됐고, 여행 전문기자들이 뽑은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33선'에 선정되는 등 이제는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에코힐링(자연치유) 명소가 되었다.
계족산은 중간중간에 화장실, 나무 벤치와 정자 등의 쉼터가 잘 구비되어 있고 코스가 완만하여 가족 단위로 여유로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임도 사이를 따라 황톳길을 걷다 보면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비가 오고 난 후에는 황토의 부드럽고 찰진 느낌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황톳길 우측 코스에서는 대청호가 잘 조망되고, 대청호 너머로 샘봉산, 국사봉, 백골산으로 이어지는 산그리메가 보인다. 계족산에 황톳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품 100리 숲길과 장동산림욕장도 품고 있다. 발아래로 계족산 임도에서 대청호, 청남대로 연결되는 자건거 전용도로가 있어 호반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멋진 라이딩도 즐길 수 있다.
맨발걷기를 마치고 숲속 음악회장에서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을 감상한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주말(토, 일 2시 30분)마다 상설로 열어 많은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오늘도 클래식의 금기를 무너뜨린 정진옥 단장과 성악가들이 펼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 때문에 한참 웃다 보니 공연 시간 1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행사 종료 후 동문들과 함께 계족산 자락의 오리구이 집으로 이동하여 흥겨운 뒷풀이 시간을 갖는다. 자리에 참석한 조웅래 회장은 ″앞으로도 ′맨발축제′, ′숲속 음악회′를 꾸준히 이어가고 새로운 콘텐츠도 더 찾아 접목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2006년 황톳길 조성 이후 19년째 관리해오고 있는 대한민국 맨발걷기 성지 ‘계족산 황톳길’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이어나가는 한편, 향토기업의 색을 벗고 전국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조회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자리에 참석한 모든 동문들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 흐뭇한 마음으로 모두 귀경 차량에 오른다.
오늘은 계족산의 안온한 숲속에서 황톳길을 따라 걸으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먼 곳에서 온 동문들과 만나 술잔을 나누면서 회포도 풀게 되어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두루 경험한 알차고 보람된 하루였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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