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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닦고 조이고 기름치고’ 배달하러 가는 줄 알았는데 밥벌이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지, 주어로 몸을 이루고 동사로 가지를 내리치더니 인간의 퇴폐를 만들어 내더군. 왜 구원이 아니라 퇴폐냐고 항의했더니 구원보다 퇴폐가 인간적이라고 허허 웃더라고, 불륜과 합륜, 치정과 순정 사이의 언어를 건져 내 낙원의 다른 이름을 붙여 놓고 희망 없는 세상을 희망 없이 통과하면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거야, 그해 겨울 여덟 개나 빠진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면서 말이야. 헌데 낙원이 이루어낸 지옥에서 간결체의 잔혹한 노동을 즐기다가 엉성하게 눌러쓴 모자 속 눈빛을 보고야 말았지. 허 이 무슨 조화인지 그 거만하면서 한없이 나약한 눈빛이 몇날 며칠을, 머릿속을 돌아다니더니 급기야는 들숨 날숨의 문장으로 들어와 박히더군. 언어는 허망한 구조물이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늙은 자전거 풍륜에게조차 생명이라고 말하는 리얼리스트의 몽땅 연필을 기억할 수밖에 없더라고
노랫말 : 전승선
작 곡 : SU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