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좋다] 전승선 시인의 ‘흐르는 숲’

 

안녕하세요. 서유진입니다. 과부하 걸린 뇌는 달콤한 설탕을 원하지만 시는 부패하지 않게 해주는 소금 같은 것이죠.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전승선 시인의 ‘흐르는 숲’을 낭송하겠습니다.

 

 

 

흐르는 숲

 

 

 

단풍나무 숲속으로 나는 간다. 

 

여름비에 묻혀 버린 작은 오솔길을 열면 

발끝을 따라 오는 시간을 접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생의 한가운데서 사라져 버린 하루를 숲속에 숨겨둔다. 

바람은 구름을 불러오고 구름은 비를 내려 

내 안의 깊은 바다를 이룰 때 

흐르는 섬 파랑도가 거기 있다. 

그대 돛을 올려라, 우리 떠나자. 

은둔의 숲을 지나 한세상 퍼질러 살아도 좋을 

저편 시간의 문을 열어라. 

무심히 눈 맞추는 넉넉한 웃음 순명에 닿으면,

잠들지 않는 마음의 집을 짓고 겁인들 살지 못할까.

무량수 쏟아지는 빗방울을 세며 근심 잊어도 그만인데 

바람은 윤회의 잎을 흔들어 먼 먼 후일의 약속을 깨운다. 

이름 없이도 행복해지는 순간을 잠가 돌아오는 길을 덮어 버리면 

숲의 고요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린 듯 모든 사물은 정지해 있다. 

아무도 없는 긴 오솔길을 걸어 나올 때 

등 뒤로 사라지는 팔월의 오후가 아롱아롱 지고 있다. 

 

단풍나무 숲속에선 천년이 흘렀다.

 

 

이 시를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나요. 우리의 삶은 모두 한 편의 시입니다. 전승선 시인의 ‘흐르는 숲’을 들으니, 무릉도원 숲속에 들어가 천년을 살다 나온 것 같습니다. 이 시를 들은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서유진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06.17 09:53 수정 2025.06.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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