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전략과 정서의 닫힘
가. 인쇄 문화와 문장 부호의 도입
20세기 초 근대 문학이 정착할 때, 한국 시 문학에도 활자화된 문장이 중심이었다. 이에 따라 문장 부호의 사용이 점차 보편화를 이루었다. 현대 시조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특히 문예지나 교육용 교재에서 고시조와 현대 시조를 활자로 수록할 때 문법적 정합성을 위해 마침표 등의 문장 부호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편집의 편의성을 넘어서, 마침표를 정서적·기호적 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창작 전략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현대 시조에서는 마침표의 유무에 따라 시의 정서적 닫힘 방식과 해석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고시조의 리듬 중심적 종결과는 다른 새로운 전략으로 작용한다.
나. 현대 시조의 마침표 사용 유형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사용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유형(생략형, 삽입형, 혼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래 표1은 마침표 사용 유형별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를 토대로 하여 읽어 본다.
표1.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사용 유형 분류 및 효과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략형은 고시조의 낙차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여 정서적 여운을 남긴다. 삽입형은 종결감을 강화하고 자유시와 유사한 단락화 정서를 지닌다. 혼용형은 부분적 리듬 조정이나 해석 유도의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표2. 현대 시조의 마침표 사용 전략별 정서 효과 비교

표2를 다시 정리하면, 생략형은 본문에서 여운을 남기며 해석의 유예를 유도한다. 정서의 흐름을 마침표로 종결하지 않는다. 독자의 해석으로 확장해 나간다. 삽입형은 종결미와 정서의 봉합 효과를 지닌다. 3장 6구 구조의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정서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기능이다. 혼용형은 정서적 리듬과 층위 구성 효과를 부여한다. 형식과 정서의 변화를 조율한다. 현대 시조의 절제미를 강화한다.
(1) 마침표 생략형
고시조의 전통을 따르는 방식으로, 김천택이 정리한 『청구영언』에는 마침표(온점) 없는 줄글이다. 마침표를 생략함으로써 여운을 강조하고, 리듬 중심의 종결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이 경우 정서의 ‘열림’과 여백의 미를 통한 여운이 핵심 정서로 작동한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랴
- 황진이
동지(冬至)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블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
(2) 마침표 삽입형
초장, 중장, 종장 끝에 2곳 이상의 마침표를 삽입하여 명확한 정서의 분절과 ‘닫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2곳 이상에 마침표를 찍은 경우, 자유시의 마침표 전략과 유사하다. 시인의 의도나 시대적 감각에 따라 정서의 결속이나 탈고의 선언으로 기능할 수 있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랴.
- 황진이
무궁화 피는빗챠, 가을마치 봄마치라.
이꽃아 연애차차, 천지무궁 퍼지소라.
이몸도 너한양(樣)조차, 억조화(億兆化)로 놀니라.
- 안확, 「무궁화」 전문
앞의 인용 황진이 고시조의 마침표 삽입은 감상 혹은 수험 해설과 관련하여 인터넷상에 많이 떠돌아다닌다. 뒤의 인용 시조 「무궁화」는 안확의 『시조시학』(1940)에 수록한 현대 시조이다. 이 시조집에 수록한 모든 시조가 초장, 중장, 종장의 끝마다 마침표를 찍었다. 즉, 3곳에 마침표를 찍었다. 안확은 종결 어미만으로 종결미를 고정화해도 무방하지만, 종결 어미 다음에 마침표를 모두 찍었다.
(3) 혼용형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거늘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랴.
- 황진이
동지(冬至)ㅅᄃᆞᆯ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블 아레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
초장, 중장, 종장 중 1곳에만 삽입하는 방식이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종장 끝에 삽입한다. 종장 끝에 마침표를 삽입함으로써 정서의 종결감을 더욱 강조한다. 이와 같은 마침표(온점) 삽입은 『진본 청구영언』(신생문화사, 1957)에서 통일성을 유지했다. 이 책에서 황진이의 「청산리 벽계수야」는 286번, 「동짓달 기나긴 밤」은 287번이라는 번호를 단 수록 작품이다.
마지막 ‘어떠랴.’, ‘펴리라.’는 고시조에서 여운을 남기던 종결에서 감정을 닫아 버리는 단정의 효과를 발생시킨다. ‘-랴’는 “사리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어찌 그러할 것이냐고 반문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표준국어대사전》)이다. ‘-리라’는 “상황에 대한 화자의 추측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처럼 마침표는 정서의 봉합이자 감정의 탈출구 차단이라는 기능을 하며, 시적 음성의 어조까지 변화시킨다. ‘어떠랴’, ‘펴리라’와 같은 종결 어미는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정서적 마무리를 제공한다. 마침표 없이도 종결감을 느끼게 한다. 종결 어미의 채택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다. 현대 시조 창작에서의 전략적 선택
현대 시조 창작자들은 마침표의 사용을 단순히 문장 부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 전달 방식의 문제로 인식한다. 이는 종결 어미로 종결 미감을 달성한 고시조와 달리 현대 시조는 고시조 풍의 종결 어미는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한국어의 풍부한 종결 어미(동사의 평서형·감탄형·의문형·명령형·청유형 등, 형용사의 평서형·감탄형 등)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도 하고, ‘명사’로 종결하기도 한다. 때로는 회피해야 할 ‘부사’로 종결하기도 한다. 고시조에서 생략한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무조건 생략하는 경향도 보인다. 여러 문인의 진술에 의하면, ‘무조건 생략하라.’며 지도하는 자들도 있다. 먼저 자유시 못지않게 자유로운 기사 형식을 취한 이영도의 시조를 읽어 본다. 마침표 생략의 예이다.
어루만지듯
당신
숨결
이마에 다사하면
내 사랑은 아지랭이
춘삼월 아지랭이
장다리
노오란 텃밭에
나비
나비
나비
나비
- 이영도, 「아지랭이」 전문
고시조의 전통을 이어받은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 생략은 그대로 이어진다. 보편적인 현상이다. 인용 시조는 현대 자유시처럼 다양한 기사 형식을 취하면서도 마침표를 생략했다. 이는 현대 자유시처럼 리듬의 연속성과 여백을 통한 여운의 개방성을 지향한다. 고시조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연결 짓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단순한 종결 기호를 넘어선다. 정서 전략과 해석의 구도를 결정짓는 창작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인용 현대 시조는 마침표의 유무에 따라 정서의 해석이 달라진다. 생략은 나비 날갯짓의 자유로움과 동적인 심상을 여백에서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만일 마침표를 찍었다면, 나비의 펄럭이는 동적인 심상에서 정지하는 시각적 심상으로 변화한다.
인용 현대 시조는 이영도가 『석류』(1968)에 수록할 당시 맞춤법에 따라 「아지랭이」라고 표기하였지만, 현재 2024 교육부 검정, 『고등학교 문학』(해냄에듀, 2025)에 수록한 제목은 「아지랑이」(191쪽)이다. 다음은 마침표를 생략한 장순하(1928~2022)의 실험 시조를 읽어 본다.
눈보라 비껴 나는
全 ― 群 ― 街 ― 道
퍼뜩 車窓으로 스쳐가는 人情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 나 둘 세 켤레 |
- 장순하, 「고무신」 전문
인용 현대 시조는 장순하가 시조집 『백색부』(1968)에 수록한 「고무신」이다. ‘시각 서정(視覺 抒情) Ⅱ’라는 캡션 형식의 제목을 단 세로쓰기로 표기한 시조이다. 캡션 그대로 시각 서정으로 풀어낸 실험 현대 시조이다. 이는 자유시와 같은 시각적 회화성의 기사 방법을 채택하였다. 2024년 교육부 검정, 『고등학교 문학』(천재교과서, 2025)에 수록한 현대 시조이다. “全 ― 群 ― 街 ― 道”라는 전군가도(전주-군산 간 도로) 사이의 줄표(―)는 직선 도로와 속도감의 시각적 효과를 위한 장치이다. “외딴집 섬돌에 놓인” 고무신 세 켤레를 형상화하기 위해 사각형으로 섬돌을 입체화하였다. 섬돌 위에 크고 작은 고무신 세 켤레가 놓인 것처럼 글씨체와 띄어쓰기를 이용해 “하 나 / 둘 / 세 켤레”라며 시각화하였다. 화자가 차창으로 내다본 외딴집에는 세 식구가 사는 듯하다. 앞줄의 큰 고무신 한 켤레는 아빠의 고무신이고, 가운뎃줄의 고무신 한 짝은 어린아이가 헐레벌떡 벗어 놓은 듯, 한 짝이 뒷줄에 놓여 있다. 뒷줄에 엄마 고무신 한 켤레는 아이 고무신 한 짝과 사이좋게 놓여 있다. 시인은 ‘외딴집’이라는 외로운 서정을 섬돌에 놓인 고무신 세 켤레라는 입체적 시각화를 통해 따뜻하고 행복한 집이라는 인정 넘치는 서정으로 반전시켜 놓았다. 교과서에서는 섬돌에 표기한 글씨 굵기와 크기가 동일하다. 시각 정서의 효과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다음은 장순하가 문장 부호를 철저하게 찍은 시조를 한 편 더 읽어 본다.
하늘도 진노(震怒)하면
때로 뉘우치는가?
만경(萬頃) 그들먹이
거울을 펴쳐 놓다.
아프게 쏘는 빛이여
둘 데 없는 내 얼굴.
- 장순하, 「백설(白雪)의 장(章)」 전문
인용 현대 시조는 장순하가 시조집 『백색부』에 수록한 「백설의 장」이다. ‘백색부 Ⅺ’이라는 캡션 형식의 제목을 단 세로쓰기로 표기한 시조이다. 이 시조집에서 장순하는 문장 부호를 철저하게 찍었다. 초장에는 물음표(?)를, 중장과 종장에는 온점을 찍었다.
인용 시조에서 문장 부호는 단순한 구두점이 아니다. 정서의 리듬과 주제의 밀도를 높이는 핵심 장치이다. 초장의 물음표는 철학적 질문이면서 감정의 전환을 예고한다. 이는 의문을 통해 긴장감을 창출한다. 독자에게 강한 사유의 자극을 준다. 중장과 종장의 마침표는 고요하면서도 깊은 감정의 무게를 잘 전달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중장의 마침표는 심상을 정착시키면서 자연에 대한 묘사를 드러낸다. 이는 묵직한 진술로 심상을 고정한다. 종장의 마침표는 감정의 정리와 고통의 응시를 드러낸다. 이는 절제된 마무리로 고요한 울림을 준다. 이처럼 장순하의 문장 부호 사용은 의도적이고 효과적이다. 형식과 내용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 좋은 사례이다.
문을 열면 신편수학 책 입체로 쓴 집합이론
플러스 1 플러스 2 플러스 3 플러스 4…….
여기는 +1=+N 그러므로 A=M.
너머쪽 페이지는 안보아도 알겠다.
마이너스 1 마이너스 2 마이너스 3 마이너스 4……
거기는 -1=-N 그러므로 A=W.
수많은 원소들이 수학을 연출했다.
교집합은 없을까 짝지어 보랬으나
어디나 +N≠-N 그러므로 ∩=∅.
- 양동기, 「목욕탕 풍경」 전문
인용 현대 시조는 양동기(1928~ )의 시조이다. 이상의 시와 닮은 난해 시조이면서 해체 시조이다. 각 연마다 2곳에 마침표를 삽입했다. 수학적 기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주 난해하다. 본문만 읽어 보면 수학 책 속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목욕탕 풍경」이라는 제목에 눈을 돌리는 순간 모든 것이 풀린다. 수학 공식과 목욕탕과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의식을 지향한다. 1연은 남탕의 풍경을, 2연은 여탕의 풍경을 기호로 나타낸 것이다. 1연의 “플러스 1, 2, 3, 4……”는 남자를, 2연의 “마이너스 1, 2, 3, 4……”는 여자를 의미한다. 1연의 “+1=+N 그러므로 A=M.”는 하나가 더 달린 남자(Man)를, 2연의 “-1=-N 그러므로 A=W.”는 하나가 덜 달린 여자(Woman)를 의미한다. 3연의 “+N≠-N 그러므로 ∩=∅.”는 남자와 여자가 같을 수 없고, 같은 곳에 집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즉, 남녀 유별하니 남탕과 여탕을 분리할 수밖에 없음을 수학적 기호로 상징화한 것이다.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은 시 분명타 하면 찾은 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 한용운, 「심우장(尋牛裝)·1」 전문
눈 먼 세월 하나가 바래고 있습니다.
어쩌다 잃어버린 가녀린 그 미소가
이제 손톱 안으로 돋아 올라옵니다.
- 정해송, 「낮달」 전문
앞의 인용 현대 시조 「심우장(尋牛裝)·1」은 한용운(1879~1944)이 교양지 『야담』(1938.12)에 발표했다. 이는 초장, 중장, 종장의 끝마다 마침표를 찍었다. 즉, 3곳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 자유시의 마침표 전략을 따른다는 점에서 문장 부호 채택을 선호한다. 이는 시인의 의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1930년대의 시대적 감각에 따라 정서의 결속이나 탈고의 선언으로 기능한 듯하다. 이는 현재도 유효하다.
뒤의 인용 현대 시조 「낮달」은 정해송(1945~ )이 『안테나를 세우고』(2001)에 수록했다. 이는 초장, 종장의 끝 2곳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시조집에는 초장과 종장에 마침표를 찍은 시조가 꽤 많다.
초장과 종장에 마침표를 찍는 방식은 기(起)에서 정서적 방향을 설정하고, 승(承)에서는 열림을 유지하며, 결(結)에서는 마무리의 정서를 강조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철저하게 시인의 작법에 바탕을 둔 시적 의도이다.
호미 든 옷차림도
대풍년 길 안내자
탈곡기 발통 돌릴
어릿한 가을걷이
숨 멈춘
알곡의 이삭
맑힐 미소 머금네.
- 신기용, 「농부의 길」 전문
하늘은 맑다쇠
나래는 가볍것다
오늘은 구만리
내일은 또 몇만리뇨
오가는 저 구름짱들 시로 말을 미루네.
- 조운, 「추운(秋雲)」 전문
인용 두 현대 시조는 종장에 마침표를 사용했다. 앞의 인용 시조 마지막 마침표는 행복한 미소 뒤에 정서적 열림 없이 정적으로 닫는 기능을 한다. 이때 마침표는 행복한 정서를 고이 간직하는 시각적 도구로 기능한다. 뒤의 인용 시조 마지막 마침표는 하늘의 구름이 흘러가는 풍경을 보는 시각적 심상에서 ‘시’와 ‘말’이라는 청각적 심상으로 전이한다. 이는 공감각적 심상을 고정화하는 닫힘의 기능이다.
보편적으로 종장에만 마침표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초장에만 삽입하는 방식도 있다. 이러한 혼용은 시적 리듬과 감정의 긴장도를 조절하려는 복합적 전략이다. 아래 인용 시조와 같다.
입덧 난 유백(乳白)속에 동자(童子)들이 숨어 있다.
서로 시새우며 또 마주 희롱하며
어느날 비눗물을 찍어, 불던 일을 되새기며
- 김상옥, 「촬영」 1연
밤새워 품었던 알
동해가 순산한다.
내일을 건져 올릴
눈부신 붉은 알몸
저마다
두 손을 모은
마음들이 더 붉다
- 신기용, 「일출」 전문
인용 두 현대 시조는 초장에 마침표를 사용했다. 초장에서는 보통 정황과 심상을 제시한다. 중장과 종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고려할 때, 마침표 대신 쉼표나 다른 문장 부호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앞의 인용 시조는 초장의 심상과 정서를 계속 끌어내려는 의도로 마침표를 장치했다. 이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중장과 종장의 내용이 더욱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뒤의 인용 시조는 초장에서 일출 풍경을 보는 시각적 심상 뒤에 정서적 열림 없이 정적인 정서로 닫는다. 이때 마침표는 오늘과 내일(미래)을 구분 짓는 시간적 단절감을 표현하는 기능을 한다. 이는 시각적으로 고정화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다음은 중장에만 삽입한 사례도 읽어 본다.
그 뉘는 함박눈을 종소리라 하더니만
드높이 쌓인 고요, 첩첩(疊疊)히 무너진다.
깊은 데 숨긴 상처만 꽃잎보다 붉은데…
- 김상옥, 「강설」 2연
중장은 내용의 흐름을 전개하여 이어 간다. 여기서 마침표를 사용하면 주제나 감정의 흐름을 갑자기 끊을 수 있다. 중장은 주로 주제를 전개하거나 인물의 심리, 상황 등을 묘사한다. 그러함에도 마침표를 사용하여 ‘고요’라는 청각적 심상을 ‘무너진다’라는 시각적 심상으로 전이하여 단절감을 장치한 것이다. 또한, 종장은 보통 주제를 드러내며 결론을 내리거나, 정서적 여운을 남긴다. 줄임표(…)는 의미의 여운이나, 결말을 끝맺지 않고 미루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종장의 주제에 따라 효과적일 수 있다. 시조가 내포하는 모호성이나 감정의 여운을 강조하고자 할 때는 줄임표가 적합하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