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힘바족의 조상의 불 ‘오쿠루오’

 

[3분 신화극장] 힘바족의 조상의 불 ‘오쿠루오’

 

안녕하세요. 김미희입니다. 신화는 신들의 기록이 아니라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인간의 초상이지요. 그래서 신화는 역사보다 오래 살아남아 우리의 마음 한복판에서 이야기로 깨어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자, 함께 가볼까요. Let’s go.

 

오늘은 아프리카 남서부, 사막과 초원이 맞닿은 나미비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힘바족의 신성한 신화 ‘조상의 불, 오쿠루오’를 들려드립니다. 아주 오래전, 세상은 아직 말보다 침묵이 많던 시절이었습니다. 인간은 길을 몰랐고, 밤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지요. 그때 하늘과 땅 사이에서 첫 조상이 불씨 하나를 품고 내려왔습니다. 그 불은 타오르지 않았고, 꺼지지도 않는 숨결 같은 빛이었습니다. 힘바 사람들은 그 불을 오쿠루오, 곧 ‘조상과 이어지는 불’이라 불렀습니다. 

 

이 불은 음식을 데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고, 짐승을 쫓기 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불은 시간을 잇는 끈이었지요. 죽은 자의 숨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숨이 같은 연기로 하늘에 닿았습니다. 조상들은 불 너머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를 잊지 않는 한 너희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해, 긴 가뭄과 함께 사람들의 마음에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젊은이들 중 몇은 말했습니다. 

 

“불은 오래되었고, 조상은 너무 멀다.”

 

그들은 오쿠루오를 돌보는 일을 게을리했고 밤이 깊어도 불은 홀로 남겨졌습니다. 그날 이후 소는 길을 잃고, 아이들의 꿈에는 조상의 얼굴 대신 끝없는 사막만이 나타났지요. 침묵하던 불빛이 처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달 없는 밤, 거센 모래폭풍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사람들은 불이 꺼질까 두려워 몸으로 바람을 막아섰지만 불꽃은 거의 숨을 잃은 듯 보였지요. 그때 가장 늙은 여인이 떨리는 손으로 불 앞에 앉아 조상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습니다.

 

그러자 불은 마지막 숨처럼 크게 타올랐고, 폭풍은 잠시 멈추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불을 지키는 것은 손이 아니라 기억과 존경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힘바족의 불은 밤낮으로 꺼지지 않습니다. 불이 사라지면 조상의 목소리도 함께 식어버린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불 앞에서 이름을 얻고, 어른들은 불 앞에서 약속을 맺으며, 노인들은 불 앞에서 삶을 내려놓습니다. 사막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그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모래보다 오래된 기억이 불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바족의 몸을 붉게 물들이는 흙과 기름 또한 조상과 땅을 몸에 새기는 또 하나의 기도였습니다. 오늘 밤, 어딘가에서 작은 불빛이 흔들린다면 그건 누군가가 조상에게 길을 묻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불은 말이 없지만 늘 대답하고 있으니까요.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김미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1.22 11:11 수정 2026.01.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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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