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과업. 이제 글쓰기는 AI도 잘 해낼 수 있다. 그러나 AI에게 (글쓰기의) 고뇌를 맡기는 순간, 사고는 퇴락하여 영혼 없는 누에고치 집을 갖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정보와 숙련된 노동’으로 쓴 AI의 글은 생명 없는 화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매끄럽고 능숙하게 만들어 낸 글에 향(인간의 향, 인생의 향)이 배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의식적으로 거울을 본다. 거울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의식 그런 것이 우리 삶에 직, 간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그와 마찬가지로, 글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
사고하는 존재인 인간은 글쓰기를 통해 의식의 변화를 감지하고, 생각을 조각하며, 꿈꾸며 고통, 갈등, 슬픔을 정화하여 삶이라는 총체를 숙성, 발전시킨다. 따라서 글쓰기는 생각의 총화로서 내면의 요구를 충족시켜 행복으로 가는 방편이 된다.
근래에 들어 AI를 활용한 창작이 눈길을 끌면서도 자못 우려를 낳는다. 주목할 현상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학작품과 디지털 콘텐츠가 삶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생각되는데도, 편리하고 수월한 AI 창작을 떠나 ‘고뇌하고 분투’하는 사람들의 글쓰기가 인기라고 한다.
문학 공모전에 투고되는 문청(文靑)들의 원고 또한 상당하다고 하니, ‘글쓰기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말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므로 퍽 다행스럽다.
생각이 없다면 글쓰기는 아예 없었을 것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한다는 것은 말과 글을 필히 동반하는 것”이니, 이 추운 겨울에 우리의 입은 온전히 말하고, 우리 손은 설원의 백지 위를 신명 나게 미끄러져 간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처럼 힘차게 펜을 밀고 가자. 마음껏 글을 써가며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당신과 나의 펜에 꿈이 영글고 문운이 깃들기를! 모두의 펜에 행복이 깃들기를 희원(希願)한다!
[신연강]
인문학 작가, 소설가
계간 『인간과 문학』 기획위원(장)
저서: <인문으로 바라보는 세상>
<풍경, 오늘과 내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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