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택 용죽 ‘덱스 어학원’ 마크 킴 원장 |
평택 용죽지구에서 ‘내신과 회화를 동시에 잡는 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험 점수는 잘 나오는데 정작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는 현실, 그 간극을 줄이겠다는 학원. 기자가 덱스 어학원을 찾은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과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수업이 가능할까.
▲ 사진 = 덱스 어학원 |
문을 열고 들어선 교실은 크지 않았다. 한 반 정원은 5명. 대신 수업 밀도는 높았다. 질문이 끊이지 않았고, 아이들은 직접 말하고 쓰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는 마크 킴(김찬주) 원장이다.
“중학교 1학년 첫 영어 시험 점수가 52점이었어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영어 교육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학창 시절 그는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기숙사 학교에 다니며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해야 했던 환경. 고등학교에 올라가자 영어는 더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 사진 = 덱스 어학원 |
그는 방법을 바꿨다. 시험 범위 본문을 통째로 외웠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백지에 써 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반복했다. 그렇게 계속해서 전교 1등을 했지만, 그는 솔직하게 말한다. “성적은 올랐는데, 영어가 늘지는 않았어요.”
전교생 앞에서 외국인 강사에게 영어로 질문했다가 발음 때문에 웃음거리가 됐던 일은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부끄러움은 독기로 바뀌었다. 쉐도잉, 받아쓰기, 영어 일기 첨삭.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 시험 영어가 아니라 ‘말이 되는 영어’를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 ▲ 사진 = 덱스 어학원 |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유학을 선택했다. 하지만 바로 대학으로 가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먼저 일해보기로 했다. 영어도 하고 중국어도 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영어 잘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어요. 제가 잘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차별과 소외, 소통의 벽. 몇 달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공도 호텔경영에서 회계학으로 바꿨다. 6개월의 공백 동안 다시 영어에 매달렸다. 하지만 유학 후에도 강의는 쉽게 들리지 않았다. 자퇴까지 고민했다.
전환점은 ‘이해’였다. 단어와 문장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성적 우수로 졸업했고, 세계 10위권 회계법인 마자스(Mazars)에 취업했다.
▲ 사진 = 덱스 어학원 |
학업 중에는 투어 가이드, 원어민 대상 영어 과외 등 다양한 경험도 쌓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원어민들이 자신에게 수업을 받으러 왔던 일”이다. 말하기는 원어민이 더 자연스러웠지만, 구조적 글쓰기와 논리 전개는 그가 더 강점이 있었다. 이 경험은 그에게 확신을 줬다. 영어는 감이 아니라 ‘이해와 구조’의 영역이라는 사실이다.
▲ 사진 = 통역 장교 근무 시절 |
이후 통역 장교로 근무하며 그는 또 다른 벽을 마주했다. 미군 장성과 한국 장성 사이를 오가는 고도의 통역. 단어 하나, 뉘앙스 하나가 의미를 바꾸는 상황 속에서 그는 ‘실제 영어’의 무게를 배웠다. “교과서 영어와 실제 소통 영어는 다릅니다. 그 차이를 경험했어요.” 이 경험은 지금 아이들을 가르칠 때 큰 자산이 되고 있다.
▲ 사진 = 통역 장교 근무 시절(상) 영국 조종사들과 훈련 끝나고 뒷풀이(하) |
10년 전, 그는 모교인 중학교에서 방과후 교사로 교육 현장에 들어섰다. 이후 대형 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평균 점수 90점 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냈고,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인정받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켠에는 늘 지워지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과연 제대로 가르친 게 맞는지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들었다. 시험 영어와 실제 영어를 동시에 잡는 학원, 덱스 어학원이다. 덱스는 ‘Deepen Experience(깊게 경험하라), Do Express(표현하라), Deliver Excellence(탁월함을 전달하라)’의 약자다. 경험하고, 표현하고, 앞서 가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곳의 수업은 독특하다.
리스닝으로 시작
같은 지문으로 독해
그 안의 핵심 문법을 도출
영작과 스피킹으로 확장
▲ 사진 = 덱스 어학원 |
문법을 문제 풀이용이 아니라 ‘쓸 수 있는 문법’으로 체화시키는 구조다. 이해했는지 반드시 질문으로 확인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한 반 정원은 5명. 이 이상은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리딩 따로, 문법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 연결합니다.” 내신과 회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철학이다.
학교 시험은 잘 보지만 실제 영어는 약했던 한 학생. 반복 훈련과 질문 중심 수업을 통해 두 달 만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죠.”
그 한마디에 그는 웃었다. 또 다른 학생은 실력은 좋았지만 곳곳에 구멍이 있었다. 약점을 하나씩 메우자 자신감이 올라갔고, 집에서 영어로 동생과 대화할 정도로 달라졌다.
![]() ▲ 사진 = 덱스 어학원 주간 리포트 |
학부모들의 표현 방식도 다양하다. 매주 성적표를 보내도 답장이 없는 부모님이 음료수나 두쫀쿠를 직접 또는 학생을 통해 전달하며, “항상 감사하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에요. 학부모 마음은 다 같다는 걸 배웠죠.”
마크 킴 원장은 현재 영어 교육 구조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다. “중학교 교과서의 난이도와 고등학교에서 접하게 되는 외부 지문의 수준 사이에는 체감상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중학교 때는 비교적 쉬운 지문을 다루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갑자기 훨씬 높은 수준의 글을 접하게 되죠.”
그는 이러한 간극 때문에 학생들이 적잖이 혼란을 겪는다고 말한다. 최근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낮게 형성된 현실을 보며, 절대평가임에도 체감 난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한다.
![]() ▲ 사진 = 덱스 어학원 월간 리포트 |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대비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님들이 추가적인 학습 방법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사교육을 옹호하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현실을 인정하되, 아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과한 선행의 위험성’이다. “초등학생이 고등 단어를 다 외웠다고 해도, 쉬운 단어를 모르면 무너집니다.” 영어는 피라미드 구조다. 기초가 비어 있으면 위는 기형적으로 흔들린다. 아이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구멍 없이 올라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덱스 어학원은 현재 소수 정예 체제를 유지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덱스 브랜드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더 나아가 프랜차이즈화도 구상하고 있다. “저도 영어 때문에 많이 울어봤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렇게 힘들지 않게 해주고 싶어요.”
![]() ▲ 사진 = 마크 킴 원장 |
평택 용죽의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덱스 어학원은 단순히 영어 점수를 올리는 공간이 아니다. 영어 때문에 좌절을 겪어본 한 사람이, 그 과정을 지나오며 깨달은 방식으로 아이들의 길을 다시 설계하는 곳이다.
내신과 실전 영어를 따로 두지 않고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 소수정예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원칙, 그리고 “쓸 수 있는 영어”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방향성.
그래서 이곳은 단순히 새로 생긴 학원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보고 싶은 공간이다. 덱스 어학원이 만들어갈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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