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머나먼 고향

추석 전날 밤에 부른 망향가

박정웅·박정웅·나훈아

입력시간 : 2019-09-07 09:10:53 , 최종수정 : 2019-09-07 10:22:27, 편집부 기자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이 내일 모레다. 망향의 노스텔지어, 향수병이 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망향의 노래. 1968년 추석 하루 전 날밤, 서울의 자취방에서 남녘하늘을 바라보며 퉁기던 기타가락에 걸친 <머나먼 고향>. 그 해 추석날은 106, 일요일이었다. 앞뒤로 5일과 7일은 토요일과 월요일로서 3일 연휴. 하지만 그 시절의 공휴일은 달력 속에는 있었어도 현실 속에는 없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랬다. 이 노래를 만든 박정웅은 그 해 105일 저녁, 타관 땅 서울에서 남녘 고향 밀양 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즉흥적으로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https://youtu.be/USyPFF3FYwk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 길/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 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 길/ 한 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가사 전문)

 

박정웅은 그날 저녁 여기 저기 흠집이 잡히고 긁힌 어쿠스틱 통기타에 선율을 얹었다. 어두침침한 골방, 의도하지 않았던 작가 개인의 넋두리 상황이었지만, 이는 결국 1970년대 산업화와 근대화의 물결 속에 고향을 떠나 낯선 타관에서 외로이 명절을 맞이하고 보내야했던 수많은 이방인들의 현실이었다. 이런 상황이 노래로 불리어지면서 그 시절 객지살이 나그네들의 공감 카테고리로 범주화되었다. 그들의 황량한 가슴속에 담고 있던 향수의 불화로에 기름을 뿌리고 불길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나훈아가 부른 <고향역>(원곡 이름, 차창에 어린 모습)도 이 시기에 절창된 망향가다.

 

중국 고서 한비자에 해대어(海大漁)라는 말이 있다. 바다에 사는 큰 물고기, 이 고기는 그물로도 잡을 수가 없고 작살(斫煞)과 낚시로도 엄두를 낼 수가 없다. 하지만 물을 떠난 뭍()에서는 금방 숨이 끊어지고 땅 거죽을 기어 다니는 개미 밥이 되고 마는 고기다. 물고기는 바다가 고향이다. 사람들은 고향이 바다다, 엄마의 바다. 타관객지를 사는 사람은 물고기가 모래사장에 튕겨 올라온 것 같은 상황에 처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고, 이 노래가 그런 시절의 노래다. 고향은 공간적으로 태어난 곳, 시간적으로 자란 곳, 심리적으로 마음이 머물러 있는 곳이다. 근수지화(近水止火), 가까운 곳에 있는 물로 불을 끌 수가 있다. 고향마을 뒷산에 불이 났는데, 멀리 있는 바닷물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이때의 바닷물은 물이라도 소용 있는 물이 아니다. 그렇다. 객지살이 떠돌이에게는 멀리 있는 고향은 고향이 아니라 슬픔이다. 그래서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 가면 늙음이 있고, 고향의 늙음은 질서의 상징이었다. 중국 황제시대 관중과 습붕은 환공을 보좌하여 고죽국을 공격하다가 길을 잃었다. 물도 얻을 수 없었다. 당황한 환공에게 관중은 늙은 말을 앞세우기를 제안하여 길을 이어간다. 나이 많이 든 말은 고향 길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개미에게 길을 물어서 물을 얻는다. 겨울 개미는 산남(山南), 여름 개미는 산북(山北)에 집을 짓는다. 관중과 습봉이 해 내지 못하는 난제를 늙은 말과 개미가 해 낸 것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가 죽을 때 자신이 태어난 언덕 쪽으로 모리를 둠)을 어이하랴.

 

요즈음 고향은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없다. 100세 시대 어르신들의 꼿꼿함이 넘친다. 그래서 고향에는 질서가 있고, 지혜와 슬기가 넘친다. 민족의 대이동, 평상시의 고속도로가 저속도로 주차장이 되어버리는 명절, 그래도 설렘을 안고 거북이처럼 남으로 북으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혼의 샘, 고향으로 이어지는 길이기에.

 

당시 박정웅은 28, 나훈아는 24세였다. 나훈아, 본명 최홍기도 우리 대중가요사의 살아 있는 전설이지만 작사 작곡가 박정웅과 얽힌 노래의 사연이 더욱 진한 서정을 불러준다. 고향 밀양에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박정웅은 196825세의 나이로 성공을 향한 막연한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을 한다. 이렇게 상경한 그가 타관 땅에서 처음으로 맞이한 명절이 그 해 추석이다. 그날 밤, 친구의 하숙방에서 민족 대 명절 전야를 홀로 보내며 멀리 남쪽하늘을 바라 즉흥적인 서정을 기타 줄에 걸치며 흥얼거린다.‘머나먼 남쪽하늘 아~래 그리운 고~......’이 노래는 최초 유지성에 의하여 취입되었으나, 별 반응을 얻지 못하였고, 1971년 나훈아가 리메이크로 취입하여 대박을 친다. 한편 이 곡은 나훈아가 취입하기 전 조영남이 눈독을 들였다는 설도 있으나, 나훈아가 박정웅의 요구 주문(깨끗하게 불러라, 울지 말고 불러라 등)을 약속하면서 나훈아와 인연의 끈이 닿았단다.

 

유인지향(有人之鄕), 심근고저장생구시지도(深根固柢長生久視之道). 사람은 고향이 있고, 그 고향에 마음의 뿌리를 박되 튼튼하게 하는 것이 사는 것을 길게 하고, 오래 사는 인생길이 된다.




[유차영 ] 

문화예술교육사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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