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푸른 눈동자, 바이칼 호수 Lake Baikal, the blue eyes of Siberia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난 여행 (2) Journey in Search of Lost Me (2)

정명 기자

작성 2018.08.03 13:26 수정 2018.09.03 12:08

알혼은 브라트어로 나무가 별로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섬에는 나무가 별로 없다. 부두에서 후지르 마을로 가는 비포장 도로길을 우아직이 먼지를 일으키며 신나게 달린다. 구릉길을 달리는 우아직은 놀이공원 청룡열차다. 후지르 마을은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근처에 지구상에서 영기가 가장 센 곳, 샤머니즘의 성지 부르한 바위가 있어 섬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들르는 마을이다. 부르한 바위로 가는 길이 험하지만 고운님 만나려면 힘들고 더디게 찾아가야 그리움이 깊어지는 법.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며 거침없이 달리는 우아직은 군용차량을 개조한 것이다.

  

 

도로 좌우 허허벌판에는 우리들에게 나지막이 본향을 찾아 잘 왔노라속삭여주는 들꽃들이 있어 길은 외롭지 않다. 50분 만에 섬에서 가장 큰 후지르 마을 근교의 숙소에 도착한다. 호텔 이름이 바이칼로프 오스트록’, 바이칼 통나무집 요새.


이름에 걸맞게 요새처럼 지은 통나무집 호텔


이정표 제일 아래에 알혼섬에서 서울까지 2,905km 거리 표시가 있다.

 

요새 안의 통나무 오두막에 짐을 풀자마자 우아직을 타고 근처에 있는 후지르 마을로 달려간다. 인구 2,500명의 후지르 마을은 브라트족 마을이다. 브라트족은 몽골계인데 몽골 반점, 탯줄을 문지방 밑에 묻는 풍습, 강강술래 춤, 선녀와 나뭇꾼과 심청전의 임당수 유사한 설화 등 7천 리나 떨어진 우리와 유사한 생활습관이나 문화가 많다. 마을에서 걸어서 호숫가를 향해 걸어가면 언덕 위에 우리의 솟대를 닮은 13개 세르게가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바람에 휘날리는 부르한 바위 언덕 위의 13개 둥근 기둥 세르게. 바이칼의 여러 강신들을 모시는 성소다. 우리나라 성황당 나무에 천조각을 매달고 가족과 동네의 무사평안을 비는 의미와 같다.



 

언덕을 내려서면 호숫가에 영기서린 바위, 세상의 중심, 브라트족 성소, 몽골, 티벳, 탕구트족 발원지, 징기스칸이 묻힌 곳....바로 부르한 바위가 있다. 부르한은 하느님, 부처님을 의미하는데, 최남선은 불함문화론에서 불한은 부르한을 의미하고, 우리 민족의 시원을 부르한 바위로 규정하고 있다.


샤머니즘의 성지 부르한 바위. 브라트족은 선조인 징키스칸이 묻혀 있다하여 바위 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바이칼호수에 몸을 담그면 회춘한다하여 차가운 호숫물 속으로 바로 들어간다. 부르한 바위 언덕은 야생화 천국이다. 가는 꽃대로 바람에 흔들리면서 벌판을 지키는 작은 풀꽃들. 뽀송뽀송한 야생화가 솜이불처럼 나그네 마음을 덮어준다.


바이칼 호수에 손을 담그면 3년, 발은 5년, 몸은 40년 젊어진다고 하는데, 한여름이지만 물이 너무 차서 수영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부르한 바위 언덕 주변의 야생화


 

숙소로 돌아와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를 즐긴다. 자작나무로 만든 오두막에서 자작나무로 달구어진 돌에 물을 뿌리면 나오는 증기를 쐬는데, 이 때 잎이 달린 자작나무 가지로 벗은 몸을 가볍게 쳐준다. 뜨거운 열기에 견디기 힘들면 바로 앞 바이칼 호수에서 길어 온 차가운 물로 몸을 식힌다. 몇 번 반복하니 여독은 금새 사라진다. 반야 후 호반에 나가니 날씨가 쌀쌀하다. 자켓을 걸치고 바이칼의 낙조를 감상한다. 지금은 나를 찾는 시간이다. 차가운 호수에 들어가 발을 담근다. 마음도 담근다. 비로소 그동안 잊고 살았던 북방민족의 DNA를 되찾는 기분이다. 소설가 김종록은 바이칼은 내 영혼의 피정지이며 거룩한 자궁이다.’ 라고 말했다. 이곳을 피정지로 찾은 춘원과 백석처럼 나도 이곳에서 한민족의 향수를 느껴본다. 해가 장엄하게 수평선을 물들이는 시간, 출렁이는 바이칼 물결이 잠잠해지니 억겁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감한다. 호수 깊이만큼 신비에 쌓여 막연한 동경과 가슴속 깊은 본향을 느낀다.


바이칼호수의 일몰을 기다리며..

마지막을 불사르며 소멸해가는 바이칼의 해는 처절하리만큼 아름답다.


여계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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