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규 기자의 눈] 예전 물건들 속, 과거의 열정과 순수를 찾아

양동규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3.20 12:49 수정 2020.03.20 12:50

양동규 2020/3/20

 


최근 코로나 때문에 거의 집에만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겨울이 다 끝났다. 겨울이 끝난 겸사겸사 집에 있었던 옷들을 정리했는데, 아주 오래전에 입었었던 노스페이스 패딩이 나왔다. 2011년에 유행처럼 노스페이스 패딩 열풍이 대한민국을 휩쓸었고, 그 당시 부모님을 졸라 노스페이스 패딩을 샀었다.

 

스스로 원해서가 아닌 유행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을 졸라 구매했었던 부끄러웠던 기억이었다. 그러나 나름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매했었던 패딩이었지만, 그리 길게 입지는 않았다. 그 다음연도에 다른 브랜드의 패딩이 유행을 했고 그 브랜드의 패딩을 사며 노스페이스 패딩은 옷장 구석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유행에 민감한 것은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겨울에 유행하는 옷들을 보면 우리 사회는 매년 바뀌었었다. 재작년 겨울에는 롱패딩이 유행했었던 것 같은데, 작년 겨울에는 숏패딩이 유행을 했고, 올해 겨울은 후리스가 유행했다. 3년 동안의 겨울이 추위의 강도에서는 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유행은 매년 바뀌어왔다.

 

세계적 기업에서 한국 시장을 마케팅의 시험무대로 이용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에 상관없이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2011년에 유행을 따라 구입했었던 노스페이스 패딩이나 매년 겨울마다 변하고 있는 유행의 원인도 찾아보면,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문화의 특성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은 좋게 보자면 문화를 선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금방 의미 없이 낡아 버리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우리가 구매한 물건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물건과 더불어 물건을 구입할 때의 추억도 그 속에 녹아 들어있. 그런 점에서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금방 물건을 구매하고 금방 버리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우리의 추억을 쉽게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생각해보면 요즘 사회가 서로 각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과거의 추억과 경험들이 등한시되어가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유산과 추억이 구시대의 산물로 여겨지고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것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것을 사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여유와 배려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전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속 부분을 파악하는 태도가 중요하듯, 사물을 대하는 자세는 우리 사회를 보는 자세와도 연결된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우리가 지니고 있던 추억들을 쉽게 버리는 것이 아닌,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우리 주변의 것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더 따듯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쯤 오래된 옷장을 열어보고 창고에 들어가 예전에 쓰고 지금은 쓰지 않는 물건들을 찾아보자. 그 물건들 속에서 간과했었던 과거의 열정과 순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동규 기자 dkei82.nara@gmail.com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