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완 칼럼] 동아시아의 도시계획

최용완


석기시대 사람들은 강가나 바닷가에 살면서 뼈낚시, 나뭇가지 그물 등을 가지고 물고기를 잡거나 조개를 채취하였고, 돌창, 돌화살 등으로 짐승사냥을 하였다. 동굴에서 동굴로 이동하며 살다가 한반도에 이르러 농사짓기 시작하며 신석기시대를 맞이했다. 식량자원이 풍부한 큰 강가나 바닷가에 정착하여 바닥에 움집을 짓고 해안가 언덕이나 평지에 살았다. 바닥에 화덕을 만들어내 따듯한 열을 얻고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제주도 박물관과 세계 여러 곳에서 보는 집배는 우리나라 초가지붕처럼 짚과 마른 줄기를 엮어 배를 만들어 물에 띄웠다. 대나무나 통나무를 묶어 물에 띠워 배를 만들어 타고 고기잡이를 하였다. 중국 계림에 리라강 가마우지 고기잡이나 일본 나고야에 기후시(岐阜市)에서 보는 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 잡는 풍습은 한반도에서 사라진 상고시대 생활 방법의 모습이라 추측된다. 한반도에 시골 마을의 가옥은 안뜰을 중앙으로 사랑채, 안채, 부엌 채, 곡간채로 둘렀다. 높은 위치에 사찰이 있고 그 다음 위치에 부잣집이 있고 마을 중앙에 장마당이 있어 마을 가옥은 농지와 함께 산재했다.

 

농경생활에 소가 이끄는 쟁기가 만들어지고 바퀴 하나의 수레로 짐을 옮겼다. 바퀴 2개의 수레를 소가 끄는 달구지와 사람이 끌면서 사람을 나르는 인력거도 나타났다. 만주 요하지역의 금속문화가 나타나며 달구지에 쇠바퀴가 걸리며 말이 끄는 거마(車馬Chariot)가 만들어진 유래는 동아시아에서만 보이는 바퀴문화의 진화과정이다. 바퀴문화는 동아시아에서 격자형 도시계획을 발전시켰다. 동아시아 해안의 농경문화와 내륙의 유목문화가 융합되는 요동반도에 인구가 집결되고 동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경쟁 사회가 형성된다.

 

세계역사의 첫 국가적 형태나 첫 제국이 동아시아에서 탄생하였다. 종교적 성지의 평면을 보면 성전이나 불탑을 가운데에 두고 앞에는 축제의 광장이 있다. 동쪽, 서쪽, 남쪽을 향하여 문을 세우고 남문과 성전은 축을 이루고 양쪽에 음과 양을 상징하는 좌우 대칭되는 평면을 만들었다. 문 앞에는 층계를 만들거나 물을 건너는 다리를 만들어 성지를 속세에서 분리시켰다. 성전 앞에 층계를 만들어 더욱 높은 위치를 강조하였다. 회랑을 둘러 격자형의 평면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격자형 평면은 사찰과 궁성 건축에 시행되며 도시계획에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에 궁전, 사찰, 그리고 거마행렬도를 볼 수 있다.

 

거마(車馬 chariot)는 초원과 평야지대에서 도시계획의 단위가 되었다. 동이 역사에서 전차에 대한 기록은 하()나라 때(4.100~3,600년전)부터 나타난다. 한나라 때 사마천의 사기에 하나라 우왕은 전차로 싸웠으며 전차에는 3인의 전사가 탔다고 했다. 춘추전국시대 유가의 기록에는 전차는 앞에 말 2마리 혹은 4마리가 끌었고, 보통 3명이 탑승했는데 지휘관이 왼쪽, 무기를 들고 싸우는 무신이 오른쪽, 전차를 모는 사람이 가운데 위치했다고 한다. 전차를 몰기 위해서는 훈련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유가(儒家)에서는 전차 모는 기술을 ()’라고 부르며 선비가 익혀야 할 여섯 가지 기예[六藝] 중의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우리 문화에 거마(車馬 chariot)가 나타남은 신화시대부터이다. 하늘에 천궁이 있고 북극성을 천왕으로 생각하는 때에 북두칠성을 천왕의 거마라고 구전문학(口傳文學)에 전해져 왔다. 문자가 나타나기 이전에 말이 끌어 사람이 타는 수레가 존재해왔다. 춘추시대 오나라 손무(孫武)의 손자병법에 군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말이 끄는 전차 천 대에, 가죽으로 만든 수레 천 대, 갑옷 입은 병사 10, 천리길의 식량 수송, 아교와 옻 등의 재료, 전차와 갑옷의 관리에 매일 천금이 소모해서야 비로소 10만 군대를 일으켜서 통솔할 수 있다고 했다.

 

주례동관 고공기의 도성 모형(九宮格局)에 나타나는 상고시대의 경작제도인 정전법(井田法)은 동이 형식이 주대에 와서 완성된 듯하다.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602년에 백제 승려 관륵이 천문지리서(天文地理書)를 가지고 일본에 건너와서 서생(書生) 24명을 선발하여 가르쳤다는 기사가 있다. 지도의 제작과, 도시의 조성 계획 설계, 토지 측량 및 정비 등과 연결된다. 일본의 도성 경영에 정연한 도시계획은 백제에서 건너간 백제 지리학과 지도제작 수준을 보여준다.

 

서안(당나라 장안)시의 도시계획을 보면 먼저 남북방위를 확정한 후 궁전의 위치와 궁전에서 남쪽으로 향한 왕도의 의례선이 정해진다. 궁성의 남문인 소양문을 통한 정남쪽으로 성 안을 관통하는 남북 축선을 길게 낸다. 이 축은 하늘의 자오선에 대응하여 왕조 의례의 축선 기능을 했다. 장안은 동서 9,721미터, 남북 8,651미터에 이르는 역사상 전례 없는 대규모의 격자형 계획도시이다. 인구는 약 100만 명에 달했다. 당시의 세계적 도시인 바그다드가 직경 2.3킬로미터이고 콘스탄티노플도 동서 5킬로미터인 것을 고려하면 장안의 거대한 규모는 동아시아가 선진국의 규모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장안성에서 구현된 왕성 배치의 기본 형식은 만주지역 발해의 상경부(上京府), 한반도 고구려의 장안(長安; 평양), 신라의 왕경(王京; 경주), 백제의 사비성(호남에 부여), 일본의 평성경(平城京; 나라)과 평안경(平安京; 교또) 등의 도시와 미국 원주민의 고대 도시 팔렝케와 테오티후아칸의 도시계획으로 동아시아의 격자형 도시들이다. 인더스 문명에 동아시아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모헨조다로(Mohenjodaro)와 하라파 유적의 도시계획도 같은 모형이다. 모헨조다로(Mohenjodaro 6,0004,500년 전)는 남북으로 주축이 된 큰 통로에 의하여 바둑판처럼 구획되었고, 서쪽의 중앙에는 높게 기단(基壇)을 쌓은 성채가 있다. 동쪽의 시가지는 4개의 큰 통로에 의해 9블록으로 구획되었고, 다시 각 블록은 몇 개의 직교하는 작은 길로 나누어져 각 호()가 배치되었다. 이 면밀한 도시계획의 큰길은 큰 수레바퀴가 왕래하는 길이며 동아시아에서 일찍부터 발달 된 바퀴문화에서 유래되었다.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건축에서 보듯 8갈래의 물길이 장안을 둘러싸는 입지조건으로 댐을 만들어 수량을 확보하고 도시용수와 정원용수의 급수 시스템을 완성했다. 조운을 개통하여 수로를 통해 물자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사방을 9리로 하고 각 면에는 세 개의 문을 설치하였다. 도성에는 남북 동서로 각각 9갈래의 길을 내고 길의 폭은 9(; 마차가 지나갈 수 있는 폭, 1궤는 8주척(周尺))로 한다. 궁성을 중심으로 왼쪽에 조상에 제사하는 건축을, 오른쪽에는 사직에 제사하는 제단을 둔다.

 

주례(周禮)는 유가가 중시하는 경서이자 13경의 하나로 6관 가운데 동관사(토목공사)를 소관한 고공기가 있다. 도성 양식에서 설명하는 모형은 동아시아 전역과 인도, 그리고 북미의 고대 도시에서 보여주는 도시계획(City Plannimg Manual)으로 일찍부터 만주 요하문화에서 시작된 관습이었다. 거마(車馬 chariot)와 함께 형성된 주례 동관 고공기의 도성 모형이다. 음양오행 종교와 철학에 근거하여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북미대륙의 고대 도시, 등의 도성을 건설하는데 가장 오래 발달되어온 형식이다.

 

유럽의 문명과 도시계획은 메소포타미아에 스메르(sumer) 사람들의 동아시아 영향권으로 격자형 도시계획에서 시작하였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 역시 동아시아 하상주시대의 영향으로 격자형 전통을 이어 온다. 중앙축과 좌우대칭도 존재하며 부분적인 권위주의 방사형은 14세기 이후에 나타난다. 12 세기 몽골제국의 마르크 폴로 동방견문록 이후부터 세계침략과 산업혁명으로 유럽의 방사형 도시계획은 더욱 발전하였다. 유럽의 산지형 방어도시는 동아시아의 마을 형태처럼 사찰이 제일 높고 공공건물과 귀족가옥이 다음으로 높다. 낮은 평편한 장소 중앙에 광장이 있고 농토와 주택이 주위를 감쌌다.

 

동아시아는 한반도의 종교 건축에서 궁성건축으로 발달하고 궁성건축에서 요하문명의 거마(車馬 chariot) 단위 격자형 도시계획으로 성장하였다. 동아시아의 동이족 고대도시들의 공통된 주례동관 고공기의 도성 모형의 특성을 갖추었다. 세계의 모든 도시에 전해진 산지형 마을 도시형태와 평지형 격자 도시 모양으로 인류역사를 통하여 세계 각 대륙에 분포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철길과 전동차가 나타난 후에 자동차가 교통수단이 되며 격자형 도시계획은 각국에 보존되고 있다. 현대세계의 신도시 개발 형식의 뿌리가 동아시아의 우리 문화에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용완]

건축가·시인·수필가

서울공대 건축과 졸업

미네소타 주립대 대학원 졸업

오하이오주 건축회사 대표

전 문교부 문화제 전문위원 역임

미주문협 신인상 수상

자유문학 신인상 수상

에세이포레 신인상 수상

 

최용완 ywbryanc@gmail.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12 11:29 수정 2020.05.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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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