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드림의 싫존주의] 왜 난데없는 트로트 열풍인가?

강드림


강드림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까지 상반기 가요계는 그야말로 트로트 일색이다. 당연히 아이돌의 자리라고 생각했던 자리를 트로트 가수들이 야금야금 차지하고 있다. 아이돌로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미모의 가수가 버젓이 구성진 타령을열창 하는가 하면 동요도 겨우 소화할 것 같은 어린이가 인생의 회한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로 오랜만에 알아 들어먹을 수 있는노래가 나왔기 때문이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철저하게 아이돌 그룹 위주로 돌아가던 기존 가요시장의 음악은 좀처럼 알아 들어먹기 힘든 노래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장년층 이상의 세대에게 소외감을 불러일으켰다.

 

노랫말에서 이야기와 서사를 찾으려는 그들에게 무의미해 보이는 단어의 반복처럼 느껴지는 최근 가요는 좀처럼 다가가기 힘든 그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젊은 청년들이 나와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는 것 자체가 몹시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태진아 송대관이 벌이는 눈에 빤히 보이는 보조가수 꽁트가 그들에게도 이젠 지겨웠을 수 있다.

 

다른 이유는 복잡한 현 시국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전체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치해 보일 만큼 단순하고 직선적인 트로트의 노랫말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을 것이다. 한국의 트로트는 보통 과도한 희망성가나 청춘에 대한 낭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그만큼 이 사회가 희망적이지 못하고 청춘에 대한 낭만도 없기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일례로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를 젊은 사람이 부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환갑을 훌쩍 넘긴 노인이 흡사 사자후를 토해내듯 저 노래를 부르는 광경은 젊어서나 늙어서나 맘 편히 놀지 못하는 이 사회의 어두운 놀이문화를 보여주는 단편이 아닌가 싶다.

 

트로트 속 한국인은 여전히 민족의 쓰라린 한을 담고 있고, 그 와중에도 청춘과 낭만에 대한 가치를 잊지 않으려 애를 쓰고, 언젠가는 희망이 오리라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이 왜 더 안쓰러워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놈의 반만년 역사의 유구한 전통이라는 민족이라는 미명에서 그만 헤어 나오고, 청춘과 낭만이 그리 중하다면 제발 일상의 삶에서 꼰대 소리를 듣지 않도록 태도를 바꾸고, 억지스러운 희망 대신 냉철한 현실 인식을 할 수는 없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군사정권 하에서도 민주정권 하에서도 그들은 변함없이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언젠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칼질할 날을 기대하며 음정 박자 따로 노는 쨍하고 해뜰 날을 부르던 아니 고래고래 소리치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내버려 두자. 그들에게 트로트는 쓰린 현실을 잊는 일종의 마취약이었다. 그리고 그 마취약은 지금도 너무나 잘 든다.

 


[강드림]

다르게살기운동본부 본부장

대한돌싱권익위원회 위원장

비운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18 10:56 수정 2020.05.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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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