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휘 기자 칼럼] 특수교육을 생각하다

(19) 수어 사용은 먼저 교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김건휘 기자

 



<기자 주>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농인들의 언어로서 수어가 아직 뿌리를 다 못 내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농인들의 언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수어교육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에 김건휘 기자가 3주에 걸쳐 수어 교육이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자 합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 이후 수어 교육은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답은 글쎄요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한국 수어 교육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언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확립하게 한다. 그렇다면 농인들에게 수어는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지난 칼럼에서 제기하였듯이 수어는 농인들에게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서 기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는 특수교육 현장에서 어떠한 존재인지 본 칼럼에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청각장애인 인구수는 지체장애인에 이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특수교육에서는 아직 청각장애 학생에 대한 근본적 교육전환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청각장애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구화와 수어를 교육하도록 되어 있으나 공공연히 많은 교사들이 구화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등 학생의 자율권을 존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수어를 사용할 수 있는 특수교육교원의 비율이 매우 적어 청각장애학교 수업시간에는 구화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등 온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수어 교육이 대학 등의 기관이 아닌 농아인 협회 등 단체나 복지관 등의 복지시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뼈아픈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특수교사를 양성하는 특수교육과 교육과정에 직접적으로 수어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다행히 대구대학교에서는 특수교육과 권순우 교수를 중심으로 사범대 교양강의로 <과학교육수어>, 대학 전체 가상강의 <수어의 이해> 과목을 개설하여 한국수어 보급에 노력하고 잇다.

 

특수교사 임용고사에서도 매년 수어 표현에 대한 문항이 출제되고 있으나, 이마저도 교사로서 임용고사를 통과하게 되면 수어 능력을 평가하는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특수교육 교원들의 수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 수어통역사 기본과정을 이수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청각장애학생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수어 사용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농인 학생들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부터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건휘 기자  loveseoulmirae0921@naver.com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5.29 11:24 수정 2020.05.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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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