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상 칼럼] 기도의 집이 따로 있을까

이태상

 

최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에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보도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하고,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하며,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면 종교인은 기도로 말한다고 해야 하나.

 

몇 해 전 뉴욕 시내에는 곳곳에 아주 인상적인 포스터가 나붙었었다. 에칭 식각법으로 부식한 동판화로 만든 예수 상반신 그림에 다음과 같은 광고 문안을 넣은 것이었다.

 

"당신은 어떻게 일요일에는 '집 없는 자'를 숭배하고 그에게 예배를 드리면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그를 못 본 체할 수 있습니까?” 여기서 '집 없는 자'란 두말할 것도 없이 신약성서 마태복음에서 예수가 스스로를 비유해 말했다는 예수 자신을 가리킨 것이다.


 

"예수께서 무리가 자기를 에워쌈을 보시고 저편으로 건너가기를 명하시노라. 이때 서기관이 나아 와 예수께 말하기를 선생님이시여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좇으리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되 오직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하시더라."

 

이 포스터는 피터 코엔(Peter Cohen, 1955- ) 이란 예술가가 수많은 뉴욕의 집 없는 무숙자(homeless)들을 돕기 위해 만든 것이라 했다.

 

언젠가 여러 해 전 한국에서 '천국파 오대양' 사건을 비롯해 한국 뿐만 아니라 이곳 미국 교포 사회에서도 199210월에 '휴거'가 일어나고 11월에 성령을 거둬 가겠다는 것을 주장하는 '종말론'이 판을 치고 있었다. 신문마다 전면 광고까지 날마다 실리면서.

 

이와 관련하여 당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행되는 '신한민보'에 실린 선우학원 박사의 글 '천국을 팔아 돈 버는 목사들'을 읽고 나도 전적으로 공감했었다. 그러면서 1970년대 영국에 살 때 영국 신문에서 읽은 기사 하나가 떠올랐다. 그 기사는 죽으면서 전 재산을 앞으로 재림할 예수님 앞으로 유증(遺贈)한 사람 이야기였다. 재림하셨을 때 '주님'께서 헐벗고 굶주리시는 일이 없도록.

 

영국 남부 해항도시 포츠머스(Portsmouth)에 살던 어니스트 딕위드란 사람이 그 당시 영국돈으로 30만 파운드의 재산을 재림할 예수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했다. 따라서 유언 집행인으로 지정된 영국정부 기관인 공공피신탁 관재청에서 영국 고등법원의 재가를 얻어 재림할 경우 예수가 유산 상속자가 되도록 법적 조치를 취했다. 그것도 보험회사까지 동원한 빈틈 없는 조치였다.

 

앞으로 재림할 예수를 피상속인으로 지정한 이러한 유언은 무효로 취급해서 유언이 없었던 경우처럼 그의 재산을 분배해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을 '이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서 런던의 로이드 보험회사를 통해 보험을 든 것이다. 그래서 예수가 재림할 경우 이 보험회사에서 예수에게 30만 파운드를 지불토록 한 것이다.

 

딕위드 씨는 그의 유언에서 자기의 목돈 원금 30만 파운드를 연 12.5%의 이자 증식이 되는 데 투자했다가 그가 죽은 지 21년째 되는 해에 예수가 이 세상에 다시 나타나면 원금과 이자를 합한 324천1백 15파운드를 예수에게 지불해 달라고 했다. 죽기 전 그는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을 읽고 면밀하고 치밀한 계산을 해서 따져 본 결과 예수의 재림이 22년 후로 임박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어떤 특별한 사정과 이유에서든 예수의 재림이 지연될 경우에는 원금은 계속 예수를 위해 놔두고 이자는 나라에 귀속시켜달라고 했다. 예수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아도 이 유산 상속 조건이 80년 동안은 유효하다. 16세기에 제정된 영국의 재산 상속법에 따라 80년이 지나면 그때 가서 그의 가장 가까운 친척 후손에게 재산이 넘어가게 된다.

 

한편 재림할 예수에게 보험회사에서 지불할 보험금 324천 파운드의 5%인 1천 620파운드를 보험료로 지불키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재림할 예수의 신분을 어떻게 확인하느냐는 것이다. 벌써 그 당시로 20여 명이 스스로를 각기 재림한 예수라고 자칭하면서 보험금을 타 먹으려 했다고 한다.

 

그때 나는 생각해 보았다. 예수가 정말 사람의 탈을 쓰고 세상에 나타난 하느님이었다면 그와 같이 사람 그중에서도 힘없고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사람으로 또는 동물 심지어는 식물의 탈까지 쓰고 우리 가운데 그야말로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시는 분이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아닐까 하고......

 

기념우표까지 나온 미국의 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1935-1977)의 머리 미용사 겸 정신적 고문이었던 래리 겔러(LArry Geller, 1839 - )가 쓴 엘비스 전기 '내가 꿈꿀 수 있다면(If I Can Dream: ELvis' Own Story, 1989)' 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엘비스가 말했다.

 

"사막(沙漠)에서 내가 경험한 일 좀 돌이켜 생각해 봐. 구름 속에서 예수의 그림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문자 그대로 내 안에서 폭발했어. 래리, 나였단 말이야. 내가 그리스도였다고... 내가 그리스도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엘비스인 동시에 그리스도가 되게 내가 뽑힘을 받았다고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 했어..."

 

이 말에 겔러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예수 그리스도란 생각을 했었다는 말을 하려는 거지?"

 

그러자 엘비스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두 사람 사이에 유사점이 없잖아 있는 것도 같다. 한 사람은 '로큰롤'의 왕이고 또 한 사람은 '유대인의 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예수 가라사대 "네 이웃을 사랑하라" 했다면 엘비스도 가라사대 "잔인하지 말게(Don't Be Cruel)라고 노래했다.  

 

두 사람 이름이 영어로 각기 열두 글자다. Jesus H. Christ와 같이 Elvis Presley. 예수 가라사대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마태복음 44)" 했다면 엘비스는 땅콩버터를 바른 바나나 샌드위치를 즐겨 먹었다.

 

'(예수에게) 저들이 돌을 들어 치려 하거늘'(요한복음 959) 했듯이 엘비스에게도 사람들이 종종 (비난의) 돌을 던졌다. 예수가 하느님의 양(the Lamb of God)이였다고 할 것 같으면 엘비스는 양고기를 즐겨 먹었다.

 

예수가 성부-성자-성신 삼위일체의 일부였다면 엘비스의 첫 악단 밴드도 3인조였다. 예수가 물 위로 걸었다(마태복음 1425)면 엘비스도 파도를 탔다. 영화 '푸른 하와이(Blue Hawaii)'에서.

 

예수가 목수였다면 엘비스도 고등학교 때 목공을 전공했다. 예수를 수행한 제자가 12명이었다면 엘비스의 수행단 멤피스 마피아도 12명이었다. 예수의 여인 마리아가 무염시잉모태(無染始孕母胎 Immaculate Conception)를 했다면 엘비스의 여인 프리실라도 무염시잉모태고등학교(Immaculate Conception High School)를 나왔다.

 

예수가 부활했다면 엘비스도 1968년에 그 유명한 복귀특별공연(Comback Special)'하느님의 아들(Son of God) 태양스튜디오(Sun Studio)에서 가졌다.

 

예수의 생일이 1225일로 별자리가 염소자리이듯이 엘비스의 생일도 18일로 같은 별자리 Capricorn이다. 예수의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같이 희었다(마태복음 283)면 엘비스의 등록상표도 눈같이 흰 바탕의 점프스츠에다 천둥-번개를 넣은 것이다.

 

예수가 제자 토마스를 의심하듯이 엘비스도 '의심하는 마음(Suspicious Mind)'을 노래했다. 예수가 그의 무덤에서 무덤 문 앞에 놓였던 바윗돌이 저절로 굴러 물러나게 했다(마가복음 164)면 엘비스도 '바윗돌을 굴리는(Rock 'n' Roll)' 가수였다.

 

열거한 이상의 유사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989부터 1995년까지 일년에 5회 발행되던 해학 풍자 잡지 '( The Nose)'에 실렸던 미국 언론인 작가 에이 제이 제이콥스(A. J. Jacobs, 1968 - )의 글 일부를 뽑아 옮겨본 것이다.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전) 코리아헤럴드 기자

현) 뉴욕주법원 법정통역관




편집부 기자
작성 2020.08.14 10:38 수정 2020.08.14 11:01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편집부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