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신화극장] 사이엔족의 ‘모래에 새겨진 첫 이름’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인류가 아직 이름을 갖기 전, 밤과 낮의 경계가 숨을 쉬던 시절로 함께 걸어가 볼까요? 사막과 별, 그리고 침묵이 신이 되었던 사람들, 사인엔족에게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신화, ‘모래에 새겨진 첫 이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Let’s go.
아주 먼 옛날, 세상은 아직 말이 없었습니다. 산은 자신의 높이를 몰랐고, 강은 왜 흘러야 하는지 묻지 않았지요. 그 시절 사인엔족은 끝없는 사막의 가장자리에서 살았습니다. 바람이 길이 되고, 별이 지도였던 사람들. 그들은 믿었습니다. 세상은 말해지기 전까지는 완성되지 않는다고.
그러던 어느 날, 사막 한가운데서 밤이 멈췄습니다. 별들은 떨어질 듯 낮게 숨을 고르고, 모래는 파도처럼 일렁였지요. 그때 모래 언덕 위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얼굴은 없었고, 대신 수많은 그림자가 겹쳐진 형상이었습니다. 사인엔족은 그를 ‘이름 없는 자’라 불렀습니다. 젊은 자들은 두려움에 뒤로 물러섰고, 노인들은 땅에 귀를 대고 숨을 고르며 기다렸습니다. 그러자 이름 없는 자가 모래 위에 손을 대고 말했습니다.
“너희는 살아 있으나, 아직 불리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모래 위에 문양이 새겨졌습니다. 그것은 글자도, 그림도 아닌 ‘존재의 흔적’이었지요. 사인엔족은 깨달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사람의 이름뿐 아니라 바람의 이름, 고통의 이름, 기다림의 이름을요.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부른다는 것은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사막 한가운데 가장 작은 모래 알갱이를 집어 들며 말했습니다.
“이것이 너희다. 그러나 이 또한 우주다.”
그 말과 함께 그의 형상은 바람 속으로 흩어졌고, 밤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 사인엔족은 아이에게 이름을 지을 때 반드시 하룻밤을 사막에서 보내게 했습니다. 별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이름은 아직 오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인엔족의 노인들은 불가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길을 잃는 이유는 방향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잊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사막은 지금도 말없이 남아 우리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해 준다고 말이지요. 오늘 밤, 모래가 없는 곳에서 문득 자신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건 어쩌면 사인엔족의 오래된 신화가 당신을 조용히 부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너는 이미 불려졌다.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한 편의 작은 드라마, [3분 신화극장]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