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여름꽃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봉숭아다. 일제 강점기 때는 우리 민족의 처량한 신세에 빗대어 "울 밑에 선 봉선화야"라고 노래했다. 봉숭아를 가장 서정적으로 읊은 사람은 통영 출신 시조시인 김상옥이다.
비 온 뒤 장독간에 봉숭아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도 보내자
비온 뒤에 장독대 옆에 핀 봉숭아를 보니 멀리 북쪽으로 시집간 누나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봉숭아 꽃잎을 따서 손톱에 실로 찬찬 묶어 꽃물을 들이던 누나는 이 꽃 소식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인 김상옥은 누님을 무척 그리워했다.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7월 초하루다. 빨강과 분홍 봉숭아가 이른 아침 이슬을 머금고 청초하게 피었다. 봉숭아도 없는 여름날은 얼마나 무덥고 지루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