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의 철이 왔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가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오뉴월이 해가 길지만 해만 지면 바로 깜깜해지는 것을 두고 해학적인 표현을 썼다. 몰래 가지 박 따먹어라고 그렇게 자연도 조화를 부린다고 했다. 그만큼 가지는 여름 밥상에 올라오는 맛있는 반찬이다.
가지는 가짓과 작물인 고추, 토마토 등을 심지 않은 밭을 골라 심는 것이 좋다. 이들 작물은 모두 연작을 싫어하는 종류이므로 2~3년 주기로 밭을 돌려가면서 심는 것이 요령이다. 밭은 너무 건조하지 않고 보습성이 좋은 곳을 골라 가지를 심는다.
가지는 보습을 위해 뿌리 주변에 짚이나, 풀, 낙엽 등을 두텁게 덮어주면 좋다. 여름에 장기간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자주 주어 밭이 메마르지 않게 해준다. 가지 열매는 햇볕이 잘 들어야 색깔이 좋고 썩지 않는다. 그러므로 수시로 연약해진 잎과 줄기를 잘라주어 아래쪽에 열려 있는 가지 열매에 햇볕이 잘 들도록 해주어야 한다.
가지에는 보라색 열매 채소에 많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눈 건강과 백내장 예방에 좋다. 철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어 뼈 건강에도 좋다. 칼륨은 심박수를 안정적으로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지는 항산화 식품이고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하여 다이어트에도 효능이 있다.
지난 4월 중순 주말농장에 가지 모종을 심었는데 이제 새끼 가지 열매가 달렸다. 늙어서 딱딱해지기 전에 때 맞추어 따 먹어야겠다. 밥솥에 넣어 쪄서 죽죽 찢어 나물을 해주던 어머니의 그 맛을 느껴 볼 작정이다. 산천을 헤매면서 검증되지 않은 산야초를 먹고 건강을 해치지 말고, 수천년 동안 인간이 경작한 가지를 먹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