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강원도를 여행하다 보면 장터에서 올챙이국수 파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하게 나오고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것이 올챙이국수다. 깊은 산과 관련이 있는 국수가 바로 올챙이국수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옥수수는 강원도의 특산물이다. 산이 깊으니 돌이 많고 비탈이 많은 강원도에서 농사로 나올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 옥수수와 감자다.
‘자연이 가장 큰 경쟁력’인 강원도에서 먹어볼 수 있는 올챙이국수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음식이다. 오일장이 서는 진부장이나 정선장, 평창장에서 올챙이국수 한 그릇 시켜 소박한 옛맛을 즐기며 구구절절 흐르는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이야기도 덤으로 먹을 수 있다.
맛이란 객관적이야 한다. 누군가 평가한 맛에 대한 선호를 다 버리고 그냥 수수하게 올챙이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시듯 뚝딱 해치우면 되는 음식이 올챙이국수다. 국수 가락이 워낙 짧고 끈기가 없어서 젓가락에 잘 잡히지 않아 성질 급한 사람들은 그릇째 들고 그냥 마셔버린다. 그것이면 된다. 맛이 있고 없고를 평할 일이 아니다.
백석 시인이 말한 ‘슴슴한’ 그 맛이다.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만든 자연 원료 그대로의 맛이다. 고달프고 배고픈 삶을 살았던 조상들이 목숨을 위해 먹었던 그 맛이다. 여기에 맛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면서 촌평을 날리면 미안해지는 음식이다. 삶이 뭐 별거 있겠는가.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삶이고 인생 아니던가.
강원도 깊은 산골을 여행하는 나그네가 된다면 배에 잔뜩 낀 지방을 덜어낼 올챙이국수 한 그릇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럼 인생의 슴슴한 맛과 나도 모르는 내 유전자 어디쯤에 있을 아련한 추억이 소환되어 지금의 삶을 한 없이 감사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