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따라 삼천리] 올챙이국수

슴슴한 산골 맛

사진=코스미안뉴스


산이 많은 강원도를 여행하다 보면 장터에서 올챙이국수 파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하게 나오고 손가락 한마디쯤 되는 것이 올챙이국수다. 깊은 산과 관련이 있는 국수가 바로 올챙이국수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옥수수는 강원도의 특산물이다. 산이 깊으니 돌이 많고 비탈이 많은 강원도에서 농사로 나올 수 있는 대표적인 작물이 옥수수와 감자다.

 

자연이 가장 큰 경쟁력인 강원도에서 먹어볼 수 있는 올챙이국수는 여행객들의 관심을 받을 만한 음식이다. 오일장이 서는 진부장이나 정선장, 평창장에서 올챙이국수 한 그릇 시켜 소박한 옛맛을 즐기며 구구절절 흐르는 강원도 산골 사람들의 이야기도 덤으로 먹을 수 있다.

 

맛이란 객관적이야 한다. 누군가 평가한 맛에 대한 선호를 다 버리고 그냥 수수하게 올챙이국수 한 그릇을 후루룩 마시듯 뚝딱 해치우면 되는 음식이 올챙이국수다. 국수 가락이 워낙 짧고 끈기가 없어서 젓가락에 잘 잡히지 않아 성질 급한 사람들은 그릇째 들고 그냥 마셔버린다. 그것이면 된다. 맛이 있고 없고를 평할 일이 아니다.

 

백석 시인이 말한 슴슴한그 맛이다. 옥수숫가루를 반죽해 만든 자연 원료 그대로의 맛이다. 고달프고 배고픈 삶을 살았던 조상들이 목숨을 위해 먹었던 그 맛이다. 여기에 맛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면서 촌평을 날리면 미안해지는 음식이다. 삶이 뭐 별거 있겠는가.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삶이고 인생 아니던가.

 

강원도 깊은 산골을 여행하는 나그네가 된다면 배에 잔뜩 낀 지방을 덜어낼 올챙이국수 한 그릇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럼 인생의 슴슴한 맛과 나도 모르는 내 유전자 어디쯤에 있을 아련한 추억이 소환되어 지금의 삶을 한 없이 감사하게 될지 모른다.

 

천보현 기자
작성 2021.07.03 12:29 수정 2021.07.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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