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여계봉 [기자에게 문의하기] /
햇빛 좋은 날
삼선암 에메랄드빛 바닷물은
돌로 변한 세 선녀를 희롱하고
파도 위로 반짝이는 햇살은
죽도 더덕밭에 곱게 내려앉는다
바람 작은 날
관음도 갈매기는 수면 가득히
음표 만들어 날개짓하고
운무 둘러싼 성인봉은
구름 위 신선 되어 하늘을 난다
그러나
울릉도는 바람 잘 날 없다
잿빛 구름이 뜨면
불같이 화를 내고
파도는 걸핏하면
어부 발길을 막아선다
성난 비바람 피해
포구로 몸을 숨긴 고깃배 갑판에는
모진 질곡의 연륜이 새겨져 있고
불가사리만 붙어있는 빈 그물 옆에
홀로 남은 갈매기들은
서럽게 서럽게 지쳐만 간다
질긴 여름날
섬을 찾아온
욕망 덩어리 태풍은
나리분지 명이밭을
물에 잠재우고
바다 향해 앞가슴 풀어헤친
통구미 향나무 머리칼을 갈가리 찢는다
섬을 지울 듯
뭍으로 날아든 50톤짜리 테트라포트는
일주도로 터널을 가로막는다
그러나
슬퍼 마라
한숨도 쉬지 마라
울릉도에는 꺼지는않는 혼불이 있다
고개 들어 높고 푸른 하늘을 봐라
내일은 더 큰 태양이 용기를 주고
폭풍은 순한 바람 되어
살포시 네게로 다가와
사랑의 입맞춤하리니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