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전명희 [기자에게 문의하기] /
겨울 호수
겨울 호수는 물도 쉬어간다.
거울처럼 얼어붙은 얼음 아래
호숫물은 고요히 누워
얼음의 품 안에서 하늘에 힘을 준다
억겁 시간의 휴식처럼 모처럼 쉬어가는 겨울
태양이 너를 끌어당겨
그의 목마름을 채울 때까지
한겨울 지나간 기억의 담을 허물어
새로운 창조의 꽃을 생각한다
봄에는 얼음이 금간 사이
겹겹한 자락을 들추어 시냇물이 흘러들어오고
얼음은 너를 위해 고달픔을 마다치 않고
가끔 하늘에서 내리는 서릿발도 마다치 않고
하늘에서 그리움이 목이 타 눈송이 폭폭 내려오던 날
넌 그때 잊었던 님을 생각하기도 한다
머지않아 태양이 훈기를 내려 너를 품을 때
쇳물 같은 얼음의 벽도 살몃 녹아내리고
너는 또 하늘의 꽃이 되어
얼음이었던 사실도 잊어버리고 나비를
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