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고,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기쁨은 더 줄어들었고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적어졌다.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부족하고,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소중한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모자란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돈을 버는 법은 배웠지만 나누는 법은 잊어버렸고,
평균 수명은 늘어났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 정화기를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은 부수지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고,
세계 평화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마음의 평화는 더 줄어들었다.
더 빨라진 고속도로 더 편리한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 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쾌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악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이 글은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제퍼슨 카운티의 컬럼바인에 있는 컬럼바인 고등학교(Columbine High School)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의 참사를 목격한 ‘제프 딕슨(Geff Dixon)’이라는 고등학생이 당시 인터넷에 “우리 시대의 역설(The paradox of our time)”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시입니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는 현대 우리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쳐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인류의 평화를 외치면서 갈등과 분쟁으로 혼란과 분열을 일삼고 있고, 물질문명에 젖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세상의 혼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경제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는 현실에 자괴감만 쌓여 갑니다. 또,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도 받는 사람은 받는 대로 자신은 하위계층이라는 생각, 못 받는 사람은 못 받는 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뉴스가 연일 터져 나옵니다.
여기에 단군 이래 희대의 부동산 비리 사건인 대장동 택지개발에 관련된 사악한 탐욕의 화신 ‘화천대유’와 그 떨거지들이 벌인 돈 잔치는 삶을 더욱 짜증 나게 합니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점점 더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소중했던 것들을 잃어가고 있고, 뭔가 점점 더 빈곤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누구보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누구보다 더 낫고 싶고, 누구보다 더 아름답고 싶고, 누구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고 싶은 마음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만 놓아 버리면 우리는 지금 당장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비교하려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바로 자기 자신과 합시다.
행복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물 한잔,
바로 지금 당신 손안에 있는 물 한 잔입니다.
여계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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