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리투아니아 트라카이(Trakai)

여계봉 선임기자


리투아니아 트라카이(Trakai)

 


역사가 있는 나라

유럽 농구 최강인 나라

눈보다 마음으로 느낄 것이 많은 나라

 

발트 3국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달리

중세 무렵 강성한 통일 국가를 건설하여

십자군의 동방 진출을 저지하고

러시아의 서부 확장을 막아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영토를 확장하여

동유럽의 맹주로 군림했던 나라

누군가는 말한다

트라카이를 보지 않고서는

리투아니아에 가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트라카이로 가는

작은 구릉이 이어지는 언덕길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연이어 나온다

구릉이 많다 보니

이 나라는 호수만 28만 개



아침 햇살이

갈베호수 위로 퍼져간다

하늘은 파란색

갈베호수 숲은 초록색

트라카이성은 붉은색

 

고딕 양식의 트라카이성은

빛의 삼원색 속에서

호수 가운데에서 도도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발길을 멈추고

오래도록 호수를 바라본다

언어로 옮기기 힘든 감흥이

그렇게 시나브로 시작된다

 

우거진 숲들의 향기가

꽃들처럼 피어나고

수십 개의 호수가

빛으로 가득 찬

환희의 세상이 펼쳐진다



성으로 데려다주는

하얀 요트는

푸른색 천연물감을 풀어 놓은

갈베호수 위를 유유히 가른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여러 영화의 촬영지

수심 40m 호수 아래에서 올라오는 맑고 깨끗한 용천수

핸섬하게 생긴 요트 선장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트라카이를 자랑한다



빌뉴스로

천도하기 전까지

리투아니아의 수도였던

트라카이


독일기사단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의 영웅 비타우타스가 세운

난공불락의 요새에는

붉은 깃발이 힘차게 휘날린다

 

붉은 벽돌이 주는 강한 인상과 달리

유럽의 화려하고 거대한 성들에 비해

소박하고 어두운 편이지만

성의 곳곳에는

작지만 강한

리투아니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방어용 성채지만

예배당, 감옥, 생활 주거 공간을 다 갖추고 있고

위급 상황에는

외벽에 설치된 회랑과 계단만 제거하면

외부인은 성으로 들어올 수 없다




독일기사단과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비타우타스는 7일 동안

이 성에서 연회를 베푼다

 

발트해에서 흑해까지 영토를 확장시켜

리투아니아 최고의 전성기를 이룬

리투아니아 최후의 대공작은

이 성에서 생을 마감한다

 

 

 세의 침략이 한풀 꺾이고

수도마저 빌뉴스로 옮겨지자

트라카이성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고

수십 차례 전쟁을 겪으면서

완전히 폐허가 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호숫가에

아기자기하게 나무로 지은

예쁜 타타르인 전통가옥에서는

키비나스(Kibinas)를 판다



용병으로 이곳에 이주해 온

터키계 타타르인들이

빵에 양고기를 채워 오븐에 구운

만두 모양의 키비나스

 

 

그들이 떠나고

수백 년이 흘렀건만

호숫가 식당에서는

오늘도 키비나스를 빚고 있다



호수는 물을 담고 마음을 담는다

호수는 아름다움이고 그리움이다

 

갈베호수를 정원으로 삼은

트라카이성은

이제 흥망성쇠의 희로애락을

내려놓고 편히 쉬고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여계봉 기자
작성 2021.11.26 11:42 수정 2021.11.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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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