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에서 보는 정답이 있는 삶은 없다

민병식

 

헤르만 헤세(1877)는 독일 남부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했으며, 열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십 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수레바퀴 아래', '크눌프' 등을 발표했고 그 후 인간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추구하여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 '유리알 유희' 등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했고, 1946년에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크눌프는 헤세의 분신이기도 하다. 그는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며 자연과 세상을 관찰한다. 고독한 방랑자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직업을 갖거나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냥 여기저기 다니면서 친구들 집을 전전하며 생활을 하는데 요새로 따지면 사회부적응자의 삶이다. 하지만 그는 선하며 예의 바르고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이 책은 주인공 크눌프가 등장하는 세 개의 단편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초봄 편에서는 크눌프의 친구이자 에밀 로트푸스, 슐로터베크, 어린 하녀인 베르벨레가 등장하여 크눌프의 자유로운 삶과 대조시킨다. 그들은 직업, 가족, 사회적 평판이라는 세속적 기준에 맞추어 살아가고 그 기준에 따라 크눌프를 얕잡아 본다. 그는 친구의 집에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친구와 친구 아내와도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이웃집 하녀와 아름다운 감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좋은 추억을 남긴 채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난다.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편에서는 크눌프와 함께 여행하던 친구가 크눌프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형식이다. 함께 숲과 들판을 함께 돌아다닌다. 그들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면서 새로운 경험들을 같이 한다. 아름다운 것은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금방 사라져 버리는 두려움도 주기에 오래 지속되는 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며 사랑도 우정도 지속되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은 타인과 섞일 수 없는 자신만의 영혼을 가지며 인간은 자신의 몫을 홀로 지고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어느 날 친구의 곁을 홀연히 떠나며 고독을 선물한다.

종말 편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크눌프가 고향을 찾게 되고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크나큰 상처를 겪은 뒤로 약속과 구속을 멀리하고 방랑을 하게 되었음을 친구에게 고백한다. 돌봐주는 이 없이 쓸쓸히 죽어가던 크눌프, 하나님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사람들에게 자유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주었던 자신의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는 인생의 덧없음을 그의 경험으로부터 깨달았다. 크눌프는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자신의 짐을 지고 가야만 하는 쓸쓸하고 고독한 존재로 보았다. 인간은 타인과 섞일 수 없는 자신만의 영혼을 가진 존재이므로 어떤 관계도 영원할 수 없으며 그렇기에 아름답다는 것이다. 사랑, 우정, 가족 등 영원할 것 같았던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느낄 때 그 관계를 의지하다가 좌절할 때 위로를 타인에게서 구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해답을 찾으라고 말한다. 내적인 충만과 사유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도 순조로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크눌프는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아무런 목표없이 방랑만 하며 시간만 낭비하는 가치 없는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헤세는 말한다.

나는 크눌프와 같은 인물들이 아주 마음에 끌립니다. 그들은 유용하지는 않지만, 많은 유용한 사람들보다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크눌프와 같이 재능 있고 생기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변 세계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 주변 세계는 크눌프와 마찬가지로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자유를 사랑했던 크눌프는 어쩌면 헤세 자신이었는지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삶의 길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그리고 어떤 길이 옳은 길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세상의 모든 것이 내 것이 있는가. 나에게 왔던 것은 나의 것이 아니다. 다 놓아두고 떠나야 할 것, 지금도 떠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씩 나로부터 떠나갔고 지금 있는 것도 다 떠날 것이다. 삶이 주는 희로애락을 온전히 혼자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과도 같은 인생, 아니 여럿을 만나는 여행이지만 결국 혼자 마감하는 방랑이다. 삶의 방향은 정해진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진리이고 모든 것이 옳은 것인 양 정해진 방향으로 인도하는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 홀로 외로이 짐을 지고 떠나는 것이라고 말하며 살아있는 동안 서로 따뜻한 시선과 사랑으로 여행할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누구든지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 보편적이고 세속적인 기준으로 볼 때 옳지 않아 보이고 정답이 아니었던 크눌프의 삶도 결국 크눌프가 원했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는 작품이다.


[민병식]

인향문단 수석 작가

대한시문학협회 경기지회장

문학산책 공모전 시 부문 최우수상

강건 문화뉴스 최고 작가상

詩詩한 남자 문학상 수필 부문 최우수상

2020 코스미안상 우수상

민병식 sunguy2007@hanmail.net



전명희 기자
작성 2021.12.15 11:33 수정 2021.12.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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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