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내 마음속의 해와 달, 동티벳 샹그릴라

내 마음속의 해와 달, 동티벳 샹그릴라

 

 

샹그릴라(香格里拉)

가는 길은

거칠고 험하다

 

차마고도 호도협(虎渡峽)

출발한 버스는

본격적으로 고산을 오른다


장강의 원류

금사강을 끼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산길을 따라

버스는 달려간다



차마고도(車馬古道)의 또 다른 이름

조로서도(鳥路鼠道)

말 그대로

새와 쥐만이

다닐 수 있는 좁은 길



샹그릴라 넘어가는

해발 3,000m 고갯마루에는

하얀 불탑 초르텐이 서 있는

전망대가 있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아래

합파설산이 보이고

설산 앞에 높이 솟은 룽따(風馬)

저마다의 색감이

하늘빛에 물든 듯

은은하기만하다

 


불경을 매단 타르쵸가

부처의 진리를

전하려는 바람이라면

 

깃대에서 펄럭이는 룽따는

이 길을 지나는

외로운 마방에게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산이 크기에

저 멀리 사방팔방에서

설산의 능선들 파동이

장중하게 울렁이고

 

산이 깊기에

바깥세상의

티끌도

소음도

스며들지 못한다

 

이 고개가 바로

색계와 무색계의 경계가

갈라지는 곳이 아니든가




지금 차마고도는

흙먼지가 날리는

벼랑길을 다니던

() 대신

()가 차()

실어 나르는

문화의 진화 속에

 

고도(古道)

이제 고도(高道)로서

인류에게 그 흔적의 일부만 남기고 있을 뿐

 

티벳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샹그릴라'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을 통해

이상향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다

 


샹그릴라(香格里拉)

티벳 불교에 전승되는

부처와 보살이 사는

극락정토 샴발라(香巴拉)

 

중국 정부는

티베트족 자치주 중디엔(中甸)

행정 명칭 '샹그리라'()으로

정식 개명하여

상상의 도시를 현실에 건설한다



타르쵸가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를 들으며

샹그릴라 고성 중심

꼭대기에 있는

대불사 전각에 오르면

시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이 경전을

읽고 가는 소리를

따라가면

세계 최대의 마니차

마니윤이 돌고 있다

 

옴마니반메흠

연꽃 속의 보석이여

 

관세음보살을 갈구하며

세 바퀴를 따라서 돈다




소설에 나오는

티벳 라마교 사원은

황금빛 지붕 기와

불교사원 송찬림사(松贊林寺)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난다.

 


포핑산(佛屛山)

비탈진 산기슭에

자리 잡은 웅장한 외관이

라싸의 "포탈라궁"과 비슷해

"작은 포탈라궁"으로도 불리는

동티벳에서 가장 큰 라마사원

 

시야가 탁 트이고

햇살 투명하며

양명한 곳이니

어찌 절집이 깃들이지 않을까

 

높기가

하늘과 이마를 맞대고 앉았으며

외져서 구름마저

본체만체 건성으로 지난다

앉음새가 이러하니

세속의 먼지가

들어올 여지가 없다

 



사원 주위에는

조장터 까마귀들이 어지러이 난다.

 

티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라마승인 천장사가

시신의 사지를 자르고

뼈를 잘게 부수어서

독수리와 까마귀가

먹어 치우게 하는

천장(天葬)을 한다

 

바로 사원 앞

아름다운 라무앙추오(拉姆央措) 호숫가에

천장터가 있다

 

이곳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다

 


사원 왼쪽으로

샹그릴라를 수호하는

스카설산(石卡雪山)이 보이고

그 너머에

매리설산이 있다




샹그릴라의 밤은

나그네를

쉬이 잠들지 못하게 한다

 

해발 4000m가 넘어

생기는 고소증 때문 만은 아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티벳인들의 성산

매리설산(梅里雪山)이 나오고

이어서 티벳인데

 

그 아쉬움은 미열이 되어

밤새 나그네의 몸과 마음을 달군다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










여계봉 기자
작성 2021.12.18 10:34 수정 2021.12.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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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