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시계 소요유逍遙遊

이혜선

사진=코스미안뉴스 DB


시계 소요유逍遙遊


내 책상 위의 시계는 축축 늘어져 있다

시침은 시침대로

분침은 분침대로 늘어져서 제 가고 싶은 대로 간다

초침은 아예 떼어버렸다


내가 그리는 대로 나의 시계는

가다 서다 놀다 한다


시계 속의 나는 늘 자유롭다

파랑 분홍 노랑 물감을 풀어

색색의 시계 잠을 자기도 한다

무지개 꿈을 꾸기도 한다


나의 시계 잠 속에는

비비새는 랄랄랄 낙원을 노래하고

나는 웅녀가 된다

선도산성모가 되어 새 혁거세를 낳는다

충담사가 되어 안민가를 짓는다


로봇의 발아래 사람이 엎드리는 시간은

나의 시계 족보에서 모두 쫓겨나 울고 간다


시간의 감옥 밖에서 나는

한가롭다 자유롭다

한 번도 쉬지 못한 시간의 거대한 몸짓을 동그랗게 말아서

시계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색색이 꿈을 즐긴다


 


이정민 기자
작성 2022.01.05 10:01 수정 2022.01.0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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