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시계 소요유逍遙遊
내 책상 위의 시계는 축축 늘어져 있다
시침은 시침대로
분침은 분침대로 늘어져서 제 가고 싶은 대로 간다
초침은 아예 떼어버렸다
내가 그리는 대로 나의 시계는
가다 서다 놀다 한다
시계 속의 나는 늘 자유롭다
파랑 분홍 노랑 물감을 풀어
색색의 시계 잠을 자기도 한다
무지개 꿈을 꾸기도 한다
나의 시계 잠 속에는
비비새는 랄랄랄 낙원을 노래하고
나는 웅녀가 된다
선도산성모가 되어 새 혁거세를 낳는다
충담사가 되어 안민가를 짓는다
로봇의 발아래 사람이 엎드리는 시간은
나의 시계 족보에서 모두 쫓겨나 울고 간다
시간의 감옥 밖에서 나는
한가롭다 자유롭다
한 번도 쉬지 못한 시간의 거대한 몸짓을 동그랗게 말아서
시계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색색이 꿈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