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에 가면 나폴레옹이 있다?
그렇다. IT 회사들과 스타트업 회사들이 즐비한 분당 판교테크노밸리에 가면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다. 판교테크노밸리 NS홈쇼핑 별관 1층에 있는 나폴레옹갤러리에는 나폴레옹이 직접 착용했던 이각모(二覺帽, 바이콘)와 초상화, 원정 때 사용하던 은잔, 장성급에게 상으로 내린 도검 등 나폴레옹 유물 8점과 나폴레옹의 일대기와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상과 이미지를 전시하고 있다.
갤러리 중앙에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마렝고 전투에서 직접 착용했던 이각모가 전시되어 있고, 바닥에는 당시 유럽 열강들의 세력 판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다. 나폴레옹의 이각모는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원래 이각모는 앞뒤로 길게 쓰는데, 나폴레옹은 특이하게 좌우로 썼다. 위험한 전쟁터에서 부하들의 눈에 항상 잘 띄도록 하기 위해서다. 적들은 멀리서 이각모를 쓴 나폴레옹의 실루엣만 보고도 전의를 상실했다고 한다.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 군대는 이탈리아 마렝고 평원에서 오스트리아군의 기습 공격을 받고 항복 직전까지 몰리지만, 나폴레옹의 승리에 대한 확신과 때마침 도착한 지원군 덕분에 오스트리아군을 물리친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이각모가 어떻게 판교까지 왔을까? 나폴레옹은 마렝고 전투에서 자신을 수행한 수의사 조제프 지로에게 전투에서 자신이 썼던 이각모를 선물한다. 1926년 모나코 왕실은 조세프 지로의 후손이 경매에 내놓은 이 이각모를 사들이는데, 모나코 왕실은 왕실 수리비 마련을 위해 2014년 나폴레옹의 이각모와 관련 유물을 경매에 내놓는다.
평소 나폴레옹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은 이 소식을 듣고 경매에 적극적으로 나서 일본의 한 박물관과 치열한 경쟁 끝에 결국 이각모를 26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낙찰을 받게 된다. 낙찰 후에 반출을 거부하는 프랑스 문화재 당국과 소송을 하고 나서야 우리나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각모가 현재 남아 있는 19개 중 가장 의미 있는 바이콘이라고 한다.
서재 옆으로 들어가면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 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백마를 탄 나폴레옹'이다. 궁정화가 다비드는 나폴레옹이 백마를 타고 알프스를 힘차게 넘는 것으로 그렸으나, 당시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린 폴 들라로슈의 그림을 보면 사실은 백마가 아니라 노새였고 군복도 화려하지 않은 일반 군복이었다고 한다.
나폴레옹갤러리에는 벽면 곳곳에 나폴레옹의 어록과 업적을 기록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긍정적 사고와 불굴의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서 만난 나폴레옹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고 20~30대 젊은이들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그래서 이 도시는 항상 열정과 벤처마인드가 넘쳐난다.
이곳에서 나폴레옹을 만난 창업자들은 기업가 정신을 다지면서 창의적인 사업구상을 하고, 젊은이들은 꿈과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나폴레옹의 긍정적 생각과 불굴의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엄청난 돈을 들여 나폴레옹 갤러리를 개관한 기업가도 아마 기자와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2022년 흑호(黑虎) 임인년 새해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려서 ‘긍정’의 아이콘 나폴레옹의 기(氣)를 듬뿍 받아 코로나의 장벽을 뚫고 힘찬 도약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나폴레옹갤러리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낮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데,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고 주말에는 무료주차도 가능하다.
※ 나폴레옹갤러리
위치: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45번길 36
전화: 031-606-8525
메일주소: gallery@nsmall.com
나폴레옹갤러리 홈페이지: http://napoleongallery.com/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