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언어학개론, 출어편을 펴다

노창수

사진=코스미안뉴스


언어학개론, 출어편을 펴다



책을 열자 목차는 푸르고 서론은 다시마 색이다

성글어진 그물이 바다의 페이지를 줄잡아 읽는다


상어, 방어, 고등어, 다랑어를 찾아 밑줄을 긋고

안경 낀 문어의 눈으로 언어학 서설을 낭독한다

남해에서 서해로 가는 높새의 변이 형태는

그물코에 든 어족들을 재분류한다

갑판의 밧줄을 타고 내려가는 박씨의 웃음이

사뭇 짜다

그는 들러붙은 비늘갑옷에 무릎을 꺾으며

가령 광어, 도다리, 방어가 가득한 만선에도

방언으로는 전혀 반응하지 않기로 한다

늙어서 더 튼튼한 주름살이

광대뼈를 젖히고 튀는 웃음으로 바뀌는 데도

거둘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공시태에 따른 어족 분류법

송곳 자루 날렵히 그물코를 집어내던 아내를 위해

다만 부표들을 거둘 뿐이다

팔뚝에 박힌 은륜 같은 비늘이 귀환을 반복하자

박씨는 노을 창에 뜬 갈매기 떼를 보며

웃음 갈기를 갑판에 붓는다


그렇다 다음 장章에서는

그물을 은둔하자 은어隱語를 은어銀魚로 몰아갈 작정이니



 


이정민 기자
작성 2022.01.12 10:11 수정 2022.01.1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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