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가면
나는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고 있다
아내나 아들 앞에서
친구 시인 아이 어른 남자 여자
때마다 등에 지고 다니던 가면을 재빨리 바꿔 쓴다
민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어느 날이었나
가면을 벗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데
그만 아내가 보고 말았다
아내는
추악하고 징그럽다며 몸서리치는 게 아닌가
아차, 싶어 얼른 다시 썼다
다시는 잊지 말아야지 하며
이 가을
처연하도록 밝은 달빛 아래
보는 이 없을 것 같아
살며시 가면을 벗고 하늘을 보았다
별을 보았다
내 얼굴 익히 아는 하느님
달빛 따라 비스듬 내려와
내 눈물 닦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