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겨울에서 가을로의 곰달래 길
사는 게 젖은 바람 같을 때 무얼 하나요
안개가 뱉어내는 그물에 걸린 듯한 날요
구름 한쪽이 마술봉처럼 보인 적이 있나요
노을이 뱉어낸 술잔 같은 날 말이에요
게으른 시간에 굴러가는 추억을 건지듯
흐릿한 초승달을 책갈피에 꽂아 본 적이 있나요
간혹 이런저런 날들이 밤으로 흐르면
비밀번호에 갇힌 기억처럼 내 이름조차 낯설곤 해요
따로 몰려오는 겨울 같아요 눈이 오지 않아도요
그럴 땐 곰달래 길을 걸어요
흐르는 개울에 세월을 띄우고 사는
연한 사람들 사이로 별이 늘어나는 시간
어느새 겨울은 봄을 초대하며 벗었던 옷을 입거든요
향기 나는 안개에 걸어 보았나요
금이 간 마음에 위안의 언어를 채워가며
봄엔 여름을 씌워 주고 푸름 뒤엔 선한 바람이 와요
곰달래 길이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