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이정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겨울섬에서 온 푸른 우체부
포탄의 맹렬 사격이 지나간 하늘, 상처 난 창문 열고 햇살 몇 점, 겨울 화원에 불이 켜졌다. 바람에 흔들리던 구름 저편에서 아직 한밤중인데 전광판 화면이 번쩍, 역사는 사랑의 분배야, 낡은 종로가 어깨를 들썩, 학생들을 충동한다. 중동 사막 낙타 화원이 피를 흘리며 그래도 살아야 한다며 도시를 건설하고, 뉴욕의 이방 시인은 햇빛 드는 뒤뜰에 올리브 씨앗을 심는다. 봄이 오는 일은 다시 사랑을 하자는 신의 데이트 신청인가? 인터넷 편지 수두룩, 미리 도착한 푸른 사과나무꽃으로 대지가 후끈 달아오른다. 지하 찻집에서 모차르트디제이는 변함없이 사순절의 음반을 틀고 있는데
아침엔 뜬금없이, 눈비 내리더니 마음 놓은 잘디잔 눈설雪이 분분하다 축제처럼, 겨울섬 갈대숲의 눈먼 “황제”가 마음 놓고 소리친다. 기다림의 상처 활활 벗어던지고, 냉 서린 망각의 흙무덤 눈물겨운 꽃서리한다. 활짝 대나무 사립문, 꽃줄기 덩어리 부질없이 피고 피어서 강물처럼 3월이 잔인하게 꽃을 피운다. 멀리 파도를 타고 地平으로 지평으로 현해탄으로 소풍을 가려 한다. 겨울 섬의 슬픈 축제다 꽃서리가 춤을 날린다, 아아 봄서리! 꽃서리, 현기증 어지럼증으로 빙빙 돌고 도는 지구도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