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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네 집
바닷가 파도소리
발밑에도 들리는 집
수돗가에 무화가나무가 있던 집
가을이면 무화가 열매가 노랗게 익어 흔들리던 집
저녁 햇살에 지붕이 노랗게 물들던 집
여름이면 대문 옆에
대추나무가 푸르게 서 있던 집
가을이면 대추나무 열매가 붉게 물들며 익어가는 집
여름이면 마당 서쪽에
가마솥을 걸고 멸치를 데치는 집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데친 멸치를 말리던 집
폭풍 소식이 들리면
말라가는 멸치를 바구니에 담아 마루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아놓던 집
새벽이면 자주
미역과 해산물 채소를
죽도시장에 내다 팔고 다녀오는 여자의 집
언덕길을 날다람쥐처럼
날래게 다니던 여자가 살던 집
이제는 세월에 몸이 익어
노랗게 물든 여자가 사는 집
대추나무 휘어지듯 허리가 휘어진 여자가 사는 집
세월이 무거워서
허리를 숙이고 사는 여자의 집
무화가나무가 사라진 집
바람과 햇살에 땡감이 익어가는 집
그 여자네 집
[권순자]
포항문학 등단, 심상 등단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천문인협회 회장
동서커피문학상 수상, 시홍문학상 수상
아르코문학상 수상, 양천문학상 수상
시집 '우목횟집, '검은 늪', 낭만적인 악수'
'붉은 꽃에 대한 명상', '순례자', '천개의 눈물'
'청춘 고래',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