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우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아버지의 술잔
서해 최북단 백령도
인당수에 심청이 몸을 던진 날 거친 풍랑도 멈추었을까
흰 날개로 덮어버린 애환 때문일까
교회 종소리는 한숨 소리를 주워 담고 있다
헐렁한 바지 속의 작은 손가락 옥수수빵을 집어 들었다
그날도 우리처럼 지축을 흔드는 포 소리
파편처럼 튀어 나간 사람들 구렁이처럼 긴 밤을 미이라가 되었던 사연
아버지는 육이오 날이면 술 한 잔에 고향을 담아 바다에 뿌렸다
뿌리면 홍해 바다처럼 길을 열어줄 줄 알았을까
통일보다 먼저 가신 아버지
장산곳을 한없이 바라보시는 뒷모습이 절은 배추 같았다
심청각 바로 눈앞이 고향인데 누가 막았을까 누가 열었줄까
고향 백령도를 떠나오던 날 뒤돌아본 소갈동
두무진 절경에 우뚝 선 장군바위가 대한민국 잘 지키면
심청이 제물로 바친 저 바다가 길을 열어줄까
[강은혜]
천지시낭송회 회장
사이버서울신대원 교수
양천문화예술단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성평생대학원 시 창작 강사
소월문학상 수상
시집 '하얀 그림움에 물든 꽃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