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사진=이시우]
비는 고요함이다. 특히 궁궐에 내리는 비는 고요함의 정석이다. 비는 소리의 고요함과 이미지의 고요함으로 최고의 힐링을 준다. 천 년 전에도 그렇게 내렸던 비, 오백 년 전에도 그렇게 내렸던 비, 지금도 그렇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시간 여행자가 되어본다.
비는 하늘을 뚫고 수직으로 내려와 땅의 정령과 만난다. 경복궁의 정원은 비의 축제를 즐기고 있다. 비와 바람과 고요가 한 몸이 되어 저들만의 축제를 하고 있다. 비의 음률은 시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노래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비오는 경복궁에 가면 마음을 쉬게 하자, 생각도 멈추자. 그냥 고요하게 비를 바라보자. 그러면 내가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요 없는 고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쉼 없이 달려온 인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자연이 된 경복궁에서 자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