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정명 [기자에게 문의하기] /
[사진=이시우]
가을은 비와 함께 온다. 비는 가을을 몰고 도시로 내려온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나면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려놓고 슬며시 눌러앉는다. 도시의 가을은 돌아선 연인처럼 쓸쓸한 뒷모습처럼 다가온다.
비와 함께 슬며시 온 가을이 경복궁을 쓸고 지나가자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열렸다. 여름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이 가을은 오고 만 것이다. 새털구름 흘러가는 경복궁으로 가을 나들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날이다.
경회루 연못가에 가을벌레 소리 들리고 이제 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려고 준비하고 있는 나무들의 소란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경복궁의 가을이 깊어가면 연인들은 종종걸음으로 와 사진을 찍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인생의 한 페이지를 쓸 것이다.
비 그친 경복궁으로 가을을 만나러 가면 가을 하늘도 반겨주고 가을 나무도 손짓해 우리를 부를 것 같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의 옷맵시도 경복궁을 수놓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어 가을의 향연에 빠져들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