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계봉의 인문기행] 내 안의 노마드(nomad)를 찾아 떠난 몽골여행 ①

여계봉 선임기자

여행은 나를 찾아 나서는 것

노마드 기질의 내 영혼과 함께 낯선 곳에서 낯선 인간과 사물을 만나는 것

 

사막의 주인 노마드(nomad)와 테무친 칭기스칸과 샤먼의 나라. 그곳에서 광야에 부는 거친 바람을 맞으며 대자연이 빚어낸 푸른 초원을 한없이 걷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고 싶어 평소 산을 즐겨 찾는 고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몽골을 향해 출발한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반 만에 도착한 울란바트로 국제공항(칭기스칸 국제공항)은 새로 지어 깔끔하고 최신시설로 잘 단장되어 있다. 현재 몽골은 위드코로나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무비자, 무격리, PCR 검사 면제를 실시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공항에서 울란바트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 창가로 너른 평원에 점점이 박힌 게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40여 분 달려 도착한 '붉은 영웅이란 뜻의 몽골 수도 울란바트로는 초록의 초원 대신 희뿌연 건물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져 있고, 평일인데도 도심은 교통체증으로 심하게 허덕거리고 있다. 시내는 눈에 익은 한국의 편의점들과 한국 브랜드 매장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가 진정 외국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총인구 320만 중 절반이 거주하는 이 도시는 새롭게 건설된 대형건축물들이 즐비하고 도심 곳곳에서는 공사 중인 건축 현장들이 쉽게 눈에 띈다.

 

테를지국립공원의 광활한 초원에서 방목 중인 가축들


답답하기만 한 울란바트로 도심을 벗어나 테를지국립공원을 향해 달린다. 광활한 초원에서 몽골의 5대 동물(·염소···낙타)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과 몽골 유목민의 전통가옥인 게르촌이 듬성듬성 들어선 모습이 진풍경이다. 몽골의 젖줄인 톨강을 건너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려 숙소가 있는 테를지 대평원의 게르에 도착한다. 


울란바트로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테를지 대평원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이자 야생화 천국이다. 기암괴석은 신이 만든 조각품이요, 야생화는 신이 그려낸 그림이요,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신이 연주하는 음악이다. 초원과 야생화로 둘러싸인 자연에서 승마, 낚시를 즐기고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유목민 체험도 할 수 있고, 세계 3대 별 관측지인 초원에서는 어둠 속에 빛나는 별과 은하수도 감상할 수 있다.

 

울란바트로시를 관통하는 톨강은 몽골 동북부의 젖줄로 바이칼로 흘러 들어간다.


테를지국립공원의 산자락에 위치한 아리야발사원은 새벽사원이라고도 불리는데 대표적인 라마불교 사원이다. 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우거져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108계단을 올라서서 사원 앞에서 바라보는 테를지국립공원의 파노라마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뒤쪽으로는 불상이 새겨진 거대한 바위가 있고 앞쪽으로는 탁 트인 초원과 기암괴석이 펼쳐진다.



108 계단은 코끼리의 코를, 사원은 코끼리의 머리를 상징한다.


아리야발사원 주위는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다. 사원에 머물다 보면 그 진한 들꽃 향기로 마치 천상에서 열린 꽃의 향연에 초대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진다. 초원에 부는 거친 바람이 들꽃들을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든다. 우리를 몸서리치게 하는 거친 바람이 우리의 인생을 더욱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들 듯이


주변에 고즈넉이 피어난 꽃들과 나무들은 사원을 더욱 평화롭게 만들어준다.

태어나면서부터 걷기보다 말 타는 것을 배운다는 몽골의 유목민인 노마드의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 의미를 직접 몸으로 느끼기 위해 노마드의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린다.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면서 잠시 노마드의 삶 속으로 들어 가 본다.


테를지국립공원 액티비티의 백미는 단연 야마트산(2100m) 야생화 트레킹이다. 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높은 야마트산은 수백 미터 높이로 끝없이 이어진 절벽이 장관인데, 절벽 위의 능선을 따라 허드러지게 핀 야생화 군락지 사이를 유유자적하며 걷는다.

 

야마트산 절벽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테를지의 파노라마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한 오불수와 야생화로 가득한 야마트산 트레킹은 마치 천상의 화원을 걷으며 몽환에 빠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아찔한 절벽 위의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테를지국립공원이 한눈에 가득 담긴다. 정상에는 우리 서낭당에 해당하는 돌무더기 어워가 있다. 세 바퀴 돌고 소원을 비는 곳이다.


야마트산 정상(2100m)의 ‘어워’. 우리의 서낭당과 비슷하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테를지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곳곳에 거북바위, 독수리바위 등의 이름을 단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다. 평원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가을의 전령 구절초가 반기고 오불수 군락지는 산록은 붉게 물들이는데 초원의 들꽃들은 왜 이리도 사람을 환장하게 하는지 도저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


야생화에 이끌려 발걸음이 저절로 움직인다.


거대한 초원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산과 기암괴석은 테를지국립공원 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해주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거북바위'. 공원의 명물로 불리는 거북바위는 멀리서도 한눈에 보일 만큼 웅장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좁은 바위틈을 지나 바위 위로 올라가야 하지만 바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많은 이의 탄성을 자아낸다.


테를지국립공원의 랜드마크 거북바위


열트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초원의 야산이다. 기암괴석이 진열하고 있는 야생화 초원을 나작나작 하염없이 거닐면 고개 너머로 아스라이 먼 듯한 능선이 보이고 몇 숨 부지런히 오르면 산마루에 올라서는데 신기루처럼 또 다른 능선이 피안의 세계인 듯 손짓하는 멋진 풍경화를 연출한다.

 

열트산은 기암괴석의 봉우리들로 이어져 있다.


몽골올레는 제주올레에서 만든 3개로 된 트레킹 코스인데, 그중 2코스가 고르히-테를지국립공원에 위치해 있다. 테를지 다리에서 3떨어진 시작점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원형의 코스인데, 초반 평지 구간과 후반 산 구간의 드라마틱한 풍경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다.

 

몽골에서 만난 제주올레. 이정표인 조랑말 ‘간세’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몽골여행의 백미는 역시 '별밤'이다. 초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푸르고 드넓은 초원과 우거진 숲, 밤에 쏟아지는 별들과 초원 위로 펼쳐지는 은하수를 보며 눈물 떨구는 감동을 맛본다.


드넓은 초원의 게르촌에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인사를 나눈다.


길을 나서는 이는 알게 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보는 것보다 보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을



여계봉 선임기자

yeogb@naver.com

 



작성 2022.09.08 11:14 수정 2022.09.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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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