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여계봉 [기자에게 문의하기] /
[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불갑사 상사화
불갑사 가는 길은
온통 상사화의 붉은 바다
기구한 이승의 업장을 불사르고
해탈의 피안(彼岸)을 향해
오늘도 꽃대를 올리고 있다.
한 몸에서 피어도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 또한 잎을 보지 못하니
온몸을 붉게 물들여
가슴으로 밀려오는
그리움을 대신한다
잎이 져야만
꽃이 피는 꽃
내 고향 집 꽃밭에도
상사화가 있었지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만 해서
상사화라 한다고
어머니가 말해주셨지
그때부터 꽃이 피면
어린 내 가슴속 뜰에도
그리움을 간직한 꽃이 피었지
저무는 창가에서
뜰에 핀 상사화를
애잔하게 바라보시던 어머니
어머니 마음속에도
그리움의 강이 흘렀을까
오늘따라
불갑사 대웅전 창살에 핀 꽃이
빛바랜 상사화 마냥
우리 어머니를 닮았다.
*불갑사 상사화:
상사화는 석산, 꽃무릇이라고도 불린다. 불갑산은 약 300만㎡ 규모로 우리나라 상사화 최대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축제가 시작되는 9월이면 일주문에서 불갑사까지 조성된 공원에는 붉게 물든 상사화의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전남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9월 13~1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