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하루] 해당화의 비밀

강은혜

 

해당화의 비밀

 

 

하얀 구렁이가 기어 나오는 언덕을 한 사내가 걷고 있다

한 걸음 밟을 때마다 퍽퍽 터지는 구렁이 내장

사내는 개의치 않고 바다를 향한다

 

사내가 파란 깃발을 흔들자

바다는 몸뚱이를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과 사내는 춤을 춘다

 

춤을 출 때마다 붉은 눈물의 진주가 백사장을 붉게 물들인다

사내는 목걸이를 걸어주고는 여인의 애타는 손짓을 외면한 채

하얀 구렁이 들을 밟으며 사라졌다

 

여인의 붉은 치마는 바다를 다 마셔버리고

갈매기는 햐얀 거품을 토해내며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오늘도 그녀는

하얀 구렁이가 진을 치고 있는 언덕에서

바다로 가지 못한 채 서성이고 있다

붉은 눈물 흘리면서…

 

 

[강은혜] 천지시낭송협회 회장, 사이버서울신학원교수, 양천문화예술단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양천문인협회 감사/ 한성평생대학원 시 창작 강사/ 서월문학상 수상/ 시집-하얀그리움에 물든 꽃잎
작성 2022.09.23 08:59 수정 2022.09.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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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