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구월의 마지막 날은 어떤 모습일까. 구월은 연인과 친구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인의 뒷모습 같이 정체성이 모호하다. 짙은 가을 색으로 물들기 전의 단풍처럼 밋밋하지만 계절의 중간에서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달이기도 하다. 쓸쓸하게 넘어가는 붉은 노을처럼 구월은 자존감의 정점에 서 있지 못하지만 그래서 더 애틋하다.
경복궁에는 구월이 가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가을 소리는 궁궐이나 쪽방촌을 구별하지 않고 공평하게 흘러간다. 아직 봉우리를 터트리지 못한 국화가 노오란 향기를 소소하게 보내고 있다. 가을꽃들이 만개를 준비하고 있는 경복궁으로 소풍 온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행복하게 들려온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니 푸른 가을 하늘이 인왕산과 북악산을 선명하게 보이게 한다. 인간은 명과 암이 존재하지만 자연은 늘 스스로 그러하기에 명도 없고 암도 없다. 그런 자연을 만나러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곤 한다. 도시의 자연은 그래서 더욱 귀중한 우리의 자산이다. 경복궁으로 떠나보는 가을 여행이 그래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