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만추는 추억이며 기억이다. 늦가을 그 스산하면서 쓸쓸한 추억의 한 자락을 들추면 거기 우리들의 자화상이 있다. 영화 ‘만추’가 떠오르고 젊은이들의 로맨스가 이루어지는 만추를 추억하지 않을 수 없다. 만추의 어감은 국화꽃 향기, 시월애 등 영화나 시나 문학의 재료로 쓰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추가 영화보다 아름답게 펼쳐진 곳이 경복궁이다.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은 경전과 다를 바 없다. 경복궁의 왜가리가 만추를 만추답게 펼쳐놓고 있다. 자연만큼 경외로운 경전이 어디 있겠는가. 경복궁은 이미 도시의 자연이다. 도시를 자연으로 만든 자연과 인문의 보고다.
겨울 채비를 하는 청설모들이 바삐 나무를 타는데 사람들은 한가하기만 하다. 회색 도시에 지친 이들은 도심 속의 자연공원 경복궁에서 위안을 받는다. 도시인들은 경복궁이 내주는 자연을 찬미하고 즐기기 위해 바삐가던 걸음을 멈춘다. 그곳에 경복궁이 있고 자연이 있고 인문이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