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그곳에 가고 싶다’] 장수동 은행나무

여계봉 선임기자

 

장수동 은행나무

 

 

소래산에서 내려온 가을은 

장수동 은행나무에서 

만추(晩秋)의 절정을 이룬다

 

황금 옷 걸친 노거수는

꽃비 내려 노란 융단을 깔아

가을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한다

 

연수동(延壽洞)과 만수동(萬壽洞)이

지척이건만

고집스럽게

장수동(長壽洞)에 터 잡은 지

어언 800년

 

오래 산다는 동네 토박이도

세월에는 어쩔 수 없는 듯 

 

길게 뻗은 가지는 

지지대에 몸을 누이고

작은 이파리는 바람이 없어도 

노란 나비 되어 떨어진다

 

늦가을 햇살은

잎새 떨군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서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은행나무 벤치에서

가을의 햇살을 

그대 손에 꼭 쥐여 주고 싶다.

 

※ 장수동 은행나무: 인천광역시 연수구 장수동 만의골에 있는 이 나무는 높이 28.2m, 둘레 9.1m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2월 천연기념물 562호로 지정되었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려 인천대공원 정문을 통과한 후 동문으로 나가면 장수동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

yeogb@naver.com

 

 

작성 2022.11.03 16:00 수정 2022.11.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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