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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동 은행나무
소래산에서 내려온 가을은
장수동 은행나무에서
만추(晩秋)의 절정을 이룬다
황금 옷 걸친 노거수는
꽃비 내려 노란 융단을 깔아
가을을 떠나 보낼 준비를 한다
연수동(延壽洞)과 만수동(萬壽洞)이
지척이건만
고집스럽게
장수동(長壽洞)에 터 잡은 지
어언 800년
오래 산다는 동네 토박이도
세월에는 어쩔 수 없는 듯
길게 뻗은 가지는
지지대에 몸을 누이고
작은 이파리는 바람이 없어도
노란 나비 되어 떨어진다
늦가을 햇살은
잎새 떨군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서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은행나무 벤치에서
가을의 햇살을
그대 손에 꼭 쥐여 주고 싶다.
※ 장수동 은행나무: 인천광역시 연수구 장수동 만의골에 있는 이 나무는 높이 28.2m, 둘레 9.1m로 수령 800년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2월 천연기념물 562호로 지정되었다.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대공원역에서 내려 인천대공원 정문을 통과한 후 동문으로 나가면 장수동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계봉 선임기자]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