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늦가을은 홀가분한 계절이다. 연두색 신록과 짙푸른 녹음이 엊그제 같은데 가을 바람에 낙엽이 뒹구는 계절이 왔다. 생겨나면 머물다가 다시 무너져 텅빈 자리를 보여주는 자연의 이치를 경복궁의 낙엽이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텃새가 되어버린 왜가리는 겨울나기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은 김장을 하고 경복궁 왜가리는 미리 영양 보충을 하는 중이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사람들은 단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노을이 물든 고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동서남북이 서로 싸우고, 상하좌우가 불통과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요즘, 머물지 않고 다투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경복궁은 가르치고 있다. 돈도 명예도 권세도 인연이 다하면 추풍낙엽이 되어 본래 평등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만추의 경복궁에 가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