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머릿속 어디선가 구멍이 뚫리는 듯했다. 멍한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고 다시 걸었다. 산마루에서 안개가 밀려왔다. 복사꽃 향기도 밀려왔다. 숨이 가빠왔다. 언덕은 깊은 계곡처럼 안개에 묻혀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지나온 묘지 길이 안개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안개 속에서 아주 가볍게 흔들리는 바람이 숲을 깨우고 있었다. 나무들이 하나둘 일어나 수런거리며 바람과 인사를 나누었다.